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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 제한, 문제는?

어장 파괴 단정 어려워...대안 없는 채취 제한은 문제

김철훈 기자 | 입력 : 2017/04/04 [08:57]
▲ 바닷모래 채취     © 국토매일

 

2008년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 이전부터 동남권 어획량 감소
세척 등 염분 제거 규정 준수...철골 부식 등 우려 크지 않아
마땅한 대안 없을 시 공사 차질...동남권 건설근로자 15만명 실직 위기
골재업계, 대체골재원 확충 10대 과제 발표...모두 쉽지 않아 고민  

 

[국토매일-김철훈 기자] 지난달 20일 해양수산부 윤학배 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 바닷모래 채취는 국책용에 한정하겠다는 내용의 EEZ 바닷모래 채취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어민들의 강한 반발로 비롯된 이번 해수부 발표는 특히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 지역 모래 공급의 약 60%를 차지하는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싸고 어민들과 건설업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는 이미 지난 1월 16일 어민들의 반발로 전면 중단되었다가 2월 28일 국토부의 남해 바닷모래 채취단지 지정 연장으로 3월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650만㎥만 채취할 수 있도록 됐다. 2016년 동남권 바닷모래 수요량인 약 1,200만㎥의 절반 수준만 그것도 1년간만 허용된 셈이다. 

 

문제는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가 어획량 감소의 주된 원인인지조차 아직 불분명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기존 수요량의 절반 정도만 허용함에 따라 공사 차질, 분양가 상승, 건설근로자 실직 등이 불 보듯 뻔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는 “올해 허가된 물량은 지난해 채취량 1167만㎥의 55% 수준”이라며 “동남권에서 늘어난 건설물량을 감안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래 가격 상승으로 동남권 민간공사 공사비가 약 1.1%(190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늘어난 비용 부담은 분양가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는 ▲모래가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율 1.3% ▲모래가격 상승률 85% ▲지난 2015년 민간공사 기성액 17조4000억 원을 토대로 공사비 증가액을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 이전부터 인근 어획량 감소

 

서해 및 남해 EEZ 외곽지역에서의 바다골재 채취는 2005년 골재공영제 도입 이래 2008년부터 시작됐다. 수협 등 어민단체들은 이로 인해 어장이 파괴되고 어획량이 감소했다며 대규모 선박 해상시위 등을 통해 바닷모래 채취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어민들은 해당 남해 EEZ 바닷모래가 통영 동남방 70km(105해구) 지역에서 채취하는 것으로, 이 수중모래 지역은 주요 어업자원의 산란장소라고 주장한다. 특히 해당 지역은 멸치 등 주요 어종의 산란장소로 남해안 대표 어종인 멸치의 지난해 어획량이 최근 5년 평균의 40%까지 급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수협중앙회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현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멸치, 고등어, 갈치, 오징어, 참조기 등 주요 5대 어종은 1986년부터 연근해 어업 어획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어종별, 연도별 차이는 있지만 갈치의 경우 1984년 이후부터 전국 연근해에서 어획량이 감소해 왔다. 참조기는 1991년부터 동남권에서 어획량이 감소해 왔고 전국적으로는 증가해 왔다. 고등어와 오징어는 1984년 이후 꾸준히 지속돼 왔고 멸치는 1984년 이후 어획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바닷모래 채취 이후인 2011년에는 어획량이 198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동향분석 보고서는 2016년도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처음으로 100만톤을 밑돈 92만톤으로 내려갔다며 주된 원인으로 ▲어린물고기 등 수산자원의 과도한 어획, ▲폐어구에 의한 유령어업 피해, ▲중국의 불법어업 및 기후변화 등을 들었다.

 

지난 1월 KMI가 주최한 해양수산전망대회 발표에 따르면 어린물고기 혼획으로 연간 약 47만톤, 폐어구에 물고기가 걸려 죽는 유령어업으로 약 10만톤, 중국 불법어업으로 10만~60만톤의 어획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KMI 관계자는 “전체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100만톤 가량인 상황에서 어린물고기를 주 연료로 하는 생사료 사용량이 2015년 47만톤에 달한다”며 “양식업계는 생산비용 절감을 이유로 생사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지속가능한 양식업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골재협회 관계자는 “수산업계에서는 2013년 전남대 수산과학연구소, 2015년 군산대 해양개발연구소 등 남해 및 서해 EEZ 골재채취와 어업피해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의뢰했었지만 모두 유의미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었다”며 “수협중앙회 국회 제출 자료나 KMI 동향자료, 학계의 연구 등을 모두 살펴봐도 남해 EEZ 골재 채취와 주요 어종 어획량 감소 간의 상관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어업단체의 주장을 수용해 현재 또 다른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EEZ 바닷모래는 다른 골재원에 비해 환경 훼손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다”며 “남해 EEZ 채취 광구는 전체 EEZ의 0.002%에 불과하고 광구 단위별로 휴식년제를 실시해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분 잔류량 우려도 낮아...선진국, 전체 10~20%를 바닷모래로 충당

 

일각에서는 바닷모래를 골재로 사용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적합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바닷모래에 포함된 염분이 철근을 부식시켜 콘크리트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는 “과거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 건설 당시 바닷모래의 염분이 문제됐던 적이 있었지만 이번 남해 EEZ 바닷모래를 같은 우려의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2008년부터 채취해 사용했기 때문에 철근 부식 여부를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남해 EEZ 바닷모래의 염소이온량이 허용 기준치를 초과해 건설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골재협회 관계자는 “지금 동남권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남해 EEZ 바닷모래의 세척 및 염소이온량은 해당 지자체 및 각 레미콘 공장에서 2중 3중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리를 통해 선진국에서는 바닷모래 활용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은 전체 모래 소비량의 10% 수준인 연간 2000만㎥ 규모의 바닷모래를 채취하고 있다. 영국도 연간 2000만㎥의 바닷모래를 채취 중인데 이는 전체 모래 공급량의 20% 내외다. 이들 국가들은 바닷모래 채취로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면 적정한 보상비를 지급한다. 

 

우리나라 역시 EEZ를 통한 바닷모래 공급비율은 전체 모래 공급량의 20%대로 영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지난해 남해 1200만㎥에 서해 약 500만㎥를 더하면 전체 EEZ 모래 채취량은 약 1700만㎥ 수준인데 채취량 상한선은 남해가 1400만㎥, 서해가 1000만㎥로 실제 채취량은 이보다 적었고 올해 남해 채취 허용량이 650만㎥로 줄어든다면 그 비중은 20%를 크게 밑돌게 될 전망이다.

 

동남권 건설근로자 15만명 실직 위기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해수부의 발표가 뚜렷한 대안 없이 갑작스럽게 나온 만큼 건설업계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게 되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동남권 최근 2년간 주택 인허가 실적을 보면 2014년 7만9000호에 비해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5.4%, 44.2% 증가한 9만1000호, 11만4000호를 기록했다. 착공실적도 2014년 8만8000호에서 2016년 10만5000호로 20% 증가했다.

 

더욱이 건설공사가 활발해지는 봄철 성수기를 맞아 모래공급 부족은 가격폭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모래가격은 ㎥당 지난해 12월 1만5500원에서 지난 2월 2만8500원으로 증가했었다. 이 경우 민간공사의 경우 공사비가 1.1% 상승하는 것으로 건설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는 분양가 증가로 이어져 국민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 제한으로 동남권 건설근로자 약 15만명이 실직 위기에 몰리게 됐다”며 “그 가족까지 감안하면 40만명 이상의 서민경제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골재채취업체, 레미콘 생산업체, 각 건설사의 경영 악화가 초래되고 부산 신항만 확장공사 등 대형 국책사업의 지연이 불가피하며 골재부족으로 불량골재 사용을 유인하게 되어 부실시공 및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골재협회, 대체골재원 위한 10대 과제 제시...모두 실현에 난관 많아

 

이러한 상황에서 해수부는 바닷모래 외에 대체 골재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은 녹록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부순모래는 입자가 굵어 단독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반드시 입자가 가는 바다모래와 혼합하여 조립율을 보정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부순모래 생산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폐석분토사의 처리 및 재활용의 규제 등도 부순모래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농지 등 육상에 모래층은 있으나 대부분 품질이 양호하지 않아 콘크리트용에 부적합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낙동강 하천 골재는 거의 바닥이 났고 육상 골재 개발도 여의치 않다.

 

경기도 여주 등에 야적된 4대강 준설모래는 운반거리가 멀어 경제성이 낮다. 폐콘크리트 재생골재는 공급량도 적고 레미콘용으로 부적합하다. 동남아시아, 북한에서 골재를 수입하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안정적인 공급원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석산에서 공급하는 쇄석골재 역시 대규모 산림을 훼손하는 만큼 공급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채취 제한구역 등 행정규제가 심하고 석산 인근 주민의 민원도 거센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골재협회는 지난달 29일 대체골재원을 늘리기 위한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10대 과제 중 산림골재 확보책으로는 ▲골재채취 허가행정 일원화 ▲도시지역 및 계획관리지역의 산림 허가기준 완화 ▲토석채취 연접허가 시 산지관리위 심의 제외 ▲석산 내 폐석분토사 처리 때 폐기물처리 신고제 ▲폐석분토사의 농지매립 허용 등 5가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타 골재 확충책으로는 ▲국가ㆍ지자체의 수중골재 등록 예외규정 폐지 ▲골재채취 예정지 지정제도 폐지 ▲육상골재 채취 때 도시계획심의 대상 완화 ▲바다골재 채취예정지의 해역이용협의제 일원화 ▲해역이용영향평가 재협의 대상 완화를 모색하기로 했다.

 

나아가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암석들이 사토로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토부 및 발주기관들과 협력해 행정ㆍ제도적 방안도 마련하는 한편 중장기적 골재채취 후보군인 골재자원조사 대상지도 부산, 창원, 의령, 울산, 경산, 영천, 청도 등 남해EEZ 채취중단 영향지역 중심으로 설정, 시행하고 권역별 골재부존량 조사도 병행해 골재원을 다각적으로 찾기로 했다.

 

건설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러한 과제들이 모두 실현이 쉽지 않은 난제인 만큼 선진국의 사례를 연구해 지속가능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의 모래채취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남해 EEZ 모래채취를 전년도 수준으로 허가하고 안정적인 골재 수급을 위해 공급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해수부와 지자체는 환경피해가 인정된다면 실제 피해자들에게 적정한 보상을 하면서 바닷모래를 안정적으로 채취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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