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압기술 적용 ‘두더지 로봇’ 트렌치 쉴드… ‘저심도 터널’ 공사 특화

‘저심도 도시철도 기술’ 과제 3세부 트렌치 쉴드 개발 ㈜케이엔알시스템

조영관 기자 | 입력 : 2017/04/03 [17:17]

 

2000년, 김명한 대표·김철한 상무 설립… 각종 시험기·로봇 제작 기술 보유

 

▲ 김명한 대표는 “트렌치 쉴드를 기계라고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로봇이고, 포클레인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로봇”이라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결국은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인문학적인 해석을 덧붙였다.             © 용인=조영관 기자

 

[국토매일-조영관 기자] “공학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생겼고, 필요한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찾아내는 도구다.”

 

산업용 시험기·로봇 전문 제조 회사 ㈜케이엔알시스템 김명한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최근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산업은 결국 사람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케이엔알시스템은 각종 구조체 또는 부품 단위의 성능·내구시험 및 신뢰성 평가 장비를 공급하며 시험 장비 개발에 주력해왔다. 하드웨어 및 제어관련 전장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에 이르기까지 시험 장비를 구성하는 전체 시스템에 대한 고도의 집적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케이엔알시스템 R&D센터는 신뢰성 테스트 관련 분야에서 축적된 세계 수준의 기술을 바탕으로 전력·원자력 등 발전분야와 철도·자동차 및 조선 등의 운송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 로보틱스(robotics)·생명·환경·차세대 IT 등 미래 유망 산업 진출을 위해 관련기술 육성에 힘쓰고 있다.   

 

김명한 대표는 “시험기라는 게 물건 자체가 제품이 아니라 대상물에 대한 시험을 해야 하는 장비인 만큼 세상이 변하면서 대상물의 기술 자체도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는 각 제품의 시험기 기술 또한 시시각각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땅 파는 로봇 ‘트렌치 쉴드’… 까다로운 구조물 설계

 

케이엔알시스템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에서 위탁 시행한 국토교통R&D 철도기술연구사업 ‘저심도 도시철도 시스템 기술 개발’ 3세부 과제에서 ‘급속 및 저비용 기계식 개착 시공기술’을 개발했다.

 

저심도 도시철도 시스템 기술 개발 과제에서 3세부는 토목 핵심기술인 ‘저심도 모듈식 개착 공법’이다. 저심도 공법은 도로의 5~10미터 아래에 시공되는 만큼 기존 개착 공법에 비해 공사기간을 50% 단축시키고, 공사비도 1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이번 과제에서 케이엔알시스템은 이른바 땅 파는 로봇인 ‘트렌치 쉴드’를 개발했다. 굴착부·쉴드부·추진부로 구성돼 있는 높이 8미터, 폭 5.5미터에 이르는 기계다. 전세계 최초로 스스로 굴착할 수 있는 원리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유압기술을 적용한 ‘두더지 로봇’인 셈이다.

 

▲ 땅파는 '두더지 로봇' 트렌치 쉴드               © 사진=(주)케이엔알시스템

 

케이엔알시스템은 지난해 트렌치 쉴드 기술을 이용한 저심도 개착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경산경량전철시험선에 시험 시공했고, 현재는 신기술 등록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김명한 대표는 트렌치 쉴드에 대해 “기존의 토목 굴착 방식을 기계로 모두 대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철한 상무는 “처음 발진 기지를 파 놓은 상태에서 기계를 크레인으로 넣은 후 유압잭을 이용해 전진하면서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철한 상무의 설명에 따르면, 트렌치 쉴드는 앞쪽의 회전커터로 땅을 파면 넘어오는 흙을 뒤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이후 앞으로 전진하고 생긴 공간에 미리 만들어놓은 ‘프리캐스트 블록’을 집어넣는 방식이다. 블록을 딛고 기계가 전진하는 동작으로 작업을 반복하면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벽체를 세우면 터널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터널을 뚫는 장비인 기존의 TBM(Tunnel Boring Machine·원형의 회전식 터널 굴진기)에 비해 오히려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는 게 케이엔알시스템 측의 설명. TBM의 동그란 원형 형태는 사방이 하중을 똑같이 받지만, 이번에 개발된 트렌치 쉴드는 한쪽 공간이 비어 있는 만큼 구조물 설계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트렌치 쉴드 작업을 위해서는 처음 기계를 넣을 수 있는 공간만 굴착하면 된다. 도로 사정에 맞게 분리되도록 설계돼 있어 크레인으로 내리면서 현장 조립 후 작업하는 방식이다.

 

저심도 도시철도 기술 개발에 맞춘 만큼 이번에 개발한 트렌치 쉴드는 토사(土砂)용이다. 대부분 도로 밑을 저심도로 시공하기 때문에 암반(岩盤)이 있는 경우는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동구(지하 시설물)를 비롯한 상하수도 등 배수관 공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김철한 상무는 “암반이 있는 경우를 가정하면 암반용 커터로 교체해야 한다”며 “개발된 장비에 암반용 커터만 따로 교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치 쉴드 기술은 <개착 시공을 위한 트렌치 쉴드 장비의 적용성 평가를 위한 실내실험>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4월 한국철도학회 논문집에 수록되기도 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전체 사업에서 R&D(연구개발) 비중이 25%로 여타 중소기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번 저심도 기술 개발 과제도, 당장의 수익보다는 투자 측면을 고려해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트렌치 쉴드는 수동 조절 방식으로 개발된 상태이지만, 향후 모든 부분을 컴퓨터전자시스템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명한 대표는 “트렌치 쉴드를 기계라고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로봇이고, 포클레인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로봇”이라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결국은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인문학적인 해석을 덧붙였다.

 

▲ 트렌치 쉴드 유압공급장치                          © 용인=조영관 기자

 

국내 기술 정체 악순환… 기계공학과 출신 ‘절친’ 설립

 

케이엔알시스템의 출발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명한 대표와 김철한 상무는 같은 기계공학과의 같은 랩(실험실) 출신으로, 석사·박사 과정도 함께 밟은 ‘절친’이다.

 

김명한 대표는 “당시 2000년대 초반 분위기는 해외 장비들을 많이 들여왔다. 국산 제품이 있었지만 업체가 영세할뿐더러 기술도 낙후됐고 결과적으로 그런 환경으로 인해 국내 기술 수준이 정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당시 상황을 술회했다.

 

김명한 대표가 자동차부품연구원 근무 후 김철한 상무와 함께 회사 설립에 뛰어든 계기다. 서로 같은 생각을 한 결과다.

 

자동차 테스트 시스템 등 시험기·로봇 제작

 

지난달 28일, 용인 소재 케이엔알시스템 공장. 각종 시험을 위한 장비들 가운데 트렌치 쉴드의 유압잭 부분과 유압공급장치가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김명한 대표는 공장 내 시험 설비와 관련해 “여기 있는 부품이 원래는 외국 제품이지만, 부품 하나하나를 모두 직접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트렌치 쉴드는 현재 해체돼 있는 상태다. 본체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경산경량전철시험선 야적장에 보관돼 있고, 주변 부품만 케이엔알시스템 용인 공장에 있다.

 

공장 한 켠에는 고속철도 바퀴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기의 일부 부품인 ‘스핀들(spindle·회전축)’과 네 개의 기둥으로 이뤄진 ‘포 포스트 로드 시뮬레이터(4 post road simulator)’가 있었다.

 

김명한 대표는 시뮬레이터에 대해 “자동차가 달리는 상태를 그대로 묘사해주는 ‘대상(臺上)실험’을 하는 장비로써 자동차의 내부와 노이즈를 테스트하는 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김철한 상무는 “원래 명칭은 더 어려운 ‘타이어 커플드 로드 시뮬레이터’”라며 웃었다.

 

케이엔알시스템의 ‘자동차 테스트 시스템’은 시스템이 작동될 동안의 모든 잠재적인 문제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내구성 검증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 시뮬레이션을 완전하게 재생산한다.

 

▲ ‘포 포스트 로드 시뮬레이터(4 post road simulator)’ 앞에 선 김명한 대표     ©용인=조영관 기자

 

공장의 한쪽 벽면에는 가스배관 검사 로봇을 테스트하기 위한 지중 가스 배관이 설치돼 있었다. 김명한 대표는 “카메라뿐만 아니라 초음파 탐상기(비파괴 검사장치) 등 부품이 뱀처럼 생긴 로봇에 장착돼 있어 로봇이 배관 안을 기어 다니면서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언피그어블 가스관 검사용 자가 추진 로봇’은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 설비기술연구센터가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개발한 기술이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시스템통합부문 하드웨어 제작을 담당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이 로봇을 한국가스공사에 납품했다.

 

또 다른 장비인 ‘테스트 벤치(test bench)’는 자동차 부품을 작업대에 설치하고 가동시키면서 시험하는 장비다. 김철한 상무는 “2.5톤 정도 힘을 낼 수 있는 액추에이터(actuator)로 구성됐다”면서 “2.5톤 일반 산업용 액추에이터는 대당 가격이 40~50만 원 가량이지만, 이건 2천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시험기 시장과 관련해 김명한 대표는 시장 적응이 빨라야 하는 점이 굉장히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케이엔알시스템도 설립 초기에는 성장속도가 처음에는 가파랐던 것처럼 보였지만 현재는 시장이 어느 정도 선에 도달한 만큼 성장이 정체돼 있다는 설명이다.

 

김명한 대표는 “기존 시험기를 새로운 시험대상에 맞게 조정해서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제품이 바뀔 시기쯤 되면 기계도 노후화되고 기술도 완전히 바뀌어버린다”고 덧붙였다. 지금껏 만들어온 시험기 중 같은 제품이 없을뿐더러 시장 자체가 계속 변하는 만큼 기술 개발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김명한 대표는 “외국 기업에도 납품을 하고 있지만 외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 존재하는 하나의 업체일 뿐”이라며 “몇몇 해외 메이저 업체들이 우리에게는 롤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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