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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과도한 하도급 규제에 대한 종합적 개선 논의 필요

하도급 관련 법령의 일원화 와 규제 통·폐합 병행 돼야

국토매일 | 기사입력 2017/02/21 [08:53]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과도한 하도급 규제에 대한 종합적 개선 논의 필요

하도급 관련 법령의 일원화 와 규제 통·폐합 병행 돼야

국토매일 | 입력 : 2017/02/21 [08:53]
▲ 전영준 연구위원

[국토매일] 지난주부터 진행 중인 임시국회에서는 건설업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굵직한 법안들이 논의 중이다. 이 중에는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간의 사인(私人) 간 거래를 제한하는 하도급 법령 개정안 또한 발의되어 상임위에서 협의될 예정이다.

 

어기구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하도급법 개정안은 공공 발주자가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근로자 및 장비·자재업자 등에 대한 대금을 나눠 지급하고, 각 당사자들이 지급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하도급대금지급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재하도급 또는 재재하도급 거래에서도 원도급자가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으면 하도급자가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곧 건설산업기본법 및 하도급법에서 임의 및 강행규정을 통해 발주자의 하도급 대금 직접지급이 법률에 명시되어 있고, 조달청 및 건설관련 4대공사의 건설공사대금 지급관리시스템을 통해 하도급대금지급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여 신설하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입장에서는 법률을 위반하지 않은 원도급자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할 수 있는 지나친 규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현재 계류 중인 16개의 하도급법 개정안 또한 하도급 대금지급 기일 단축 및 불공정 행위 시 원도급자의 벌금형 상향조정,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등이 핵심 개정 사안으로 대부분이 하도급자의 권익 보호 및 확대를 위해 정상적인 원도급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획일적 규제 및 과중한 제재의 사항이다.

이러한 원도급자에 대한 하도급 규제의 강화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7년 이후 작년 말까지 우리나라 건설 하도급과 관련된 규제는 총 115개가 신설되었거나 강화되었다. 이중 원도급자의 권리를 인정한 경우는 단 1건이며, 행정업무 효율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5개를 제외할 경우 대다수인 109개가 하도급자 권익 보호와 강화를 위한 규제가 신설되거나 강화되었다.

 

물론 이러한 규제 강화는 일면 긍정적 효과를 미친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 및 국토교통부 소속 건설현장 전수조사 결과 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 하도급 행위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등 하도급자의 거래조건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도급자만을 보호하기 위한 건설 하도급 규제의 지속적인 증가와 법 위반에 따른 제재의 가중이 과연 상호 균형적인 원·하도급 관계를 가져올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정책은 원도급자와 수급사업자의 상호보완을 통한 균형발전이라는 기본원칙은 무너지고 갈등과 불신을 초래하는 업역 갈등만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미 우리나라는 건설산업기본법 및 하도급법을 통해 건설하도급 거래를 구체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관련 규제만 하더라도 41개에 이르고 이 중 두 개의 법에서 중복적으로 규제한 사항 또한 16개에 이르고 있다. 법 위반 시 제재 조치 또한 강력한 사후처벌 중심으로 이루어져 과태료 및 과징금 외에도 양벌규정 및 영업정지 등 의 제재 규정이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지방자치단체 조례 및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위임 행정규칙과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에서도 하도급 관련 규제를 운영 중이다. 

 

반면 주요 선진국의 건설 하도급 규제 현황을 살펴보면, 최소한의 시장질서 유지 목적의 필수적 규제만을 선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도급 대금 직접지급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16개 주요 건설 하도급 규제와 동일한 외국의 규제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 8개, 독일 5개, 영국 5개, 프랑스 6개, 일본 6개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은 수준의 규제만을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민간공사인 경우에는 그보다 적은 규제가 운영 중이어서 결국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당사자 간의 사적 자치 원칙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규제만이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부처에서 별도 법률을 통해 하도급 거래를 중복 규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외국의 경우에는 일부 공공 발주 사업의 부가적인 규제 외에는 건설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일원화된 규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규제의 내용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의 건설 하도급 규제가 사후 분쟁 해결 및 강력한 처벌을 통한 공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 비해 외국은 사전적 예방 조치 중심의 지원책이 규제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점 또한 우리와의 차이점이다.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간 불공정 거래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불공정 행위의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의 시행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업계 실정에 적합하지 않거나 과도한 규제는 자칫 침체된 건설산업을 옥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설산업의 공정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호 균형적인 원·하도급 관계로의 재정립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수준으로의 건설 하도급 규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불공정 행위별 사후 분쟁 해결 및 처벌 중심의 개별 규제 신설과 강화가 아닌 올바른 원·하도급 관계 정립을 바탕으로 불공정 행위를 사전 예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규제 방향 설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각 법률별 서로 상이하게 규정되어 있는 건설 하도급 관련 법령의 일원화 및 규제 통·폐합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간 우리나라는 새로운 하도급 규제 도입 시 각 국가의 하도급 거래 성격 및 해당 규제가 태동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부족한 채 일부 국가의 개별 규제만을 답습하여 유사 규제를 신설·강화하였기 때문이다.

 

사후 규제 및 처벌 중심의 과도한 건설 하도급 규제의 축소·조정과 더불어 불공정 행위에 대한 사전 예방 중심의 제도 개편을 통해 원·하도급자 간 상호협력 기반의 올바른 산업구조 개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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