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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지도 명분도 없는 정부의 ‘공간정보 육성’

브이월드 운영·구글지도반출 대응 등 운영 미숙 드러낸 한해

조영관 기자 | 입력 : 2016/12/23 [16:53]

 

▲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열린 '2016 스마트국토엑스포'에서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업계 사이에선 스마트국토엑스포에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장소 선정과 프로그램 등에서 미흡한 부분을 개선해야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 국토매일

 

[국토매일-조영관 기자] “정부의 역할은 태동하는 국내 공간정보산업이 세계시장에서까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무수한 기업들을 양성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데 있다.”

 

지난 8월 열린 스마트국토엑스포에 참석한 국토교통부 소속 한 실장의 얘기다. 그는 “국내 공간정보 산업을 2020년까지 150조원 규모의 시장, 그리고 10만여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견 그럴듯한 말로 들린다. 정부는 7대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공간정보를 집중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호언과는 무색하게 국내 공간정보 업계에서는 피부로 느끼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일관성 없는 정책과 담당부서 구성원들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업계에서는 정부가 공간정보를 육성하는 게 아니라 되레 침체시키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공간정보를 육성한다고 하지만 정작 스마트국토엑스포만 보더라도 행사 규모가 매년 쪼그라들고 있는 수준”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자사의 기술과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참가하지만 매번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행사 3일간 둘러본 지난 스마트국토엑스포는 소문도 나지 않고 먹을 것도 없는 ‘소문 안 난 잔치’였다. 일반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장소 선정도 문제지만, 지난 3월 정부가 제2차 공간정보산업진흥 기본계획(2016~2020)을 발표한 상황에서 국내 공간정보의 현주소를 가늠하고 알려야하는 행사에 국무총리는 아니더라도 주무장관은 마땅히 참석했어야 했다.

 

일본의 ‘G공간EXPO’의 경우 대국민을 상대로 평일과 주말에 박람회를 개최해 참여형 관심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국토엑스포에 대국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중교통편이 좋은 곳과 주중, 주말을 연계해 개최해야 한다. 각종 아이디어 공모와 취업자를 고려한 투자와 홍보 또한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판 구글어스’를 표방한 3D 공간정보 플랫폼 ‘브이월드’는 무용지물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감사원의 2015년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3차원 공간정보 구축에 약 452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브이월드를 활용해 서비스 중인 총 143개 기관 중 민간 기업은 23곳에 불과하다. 타 서비스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양면성이 존재하는 이른바 ‘공간정보 FTA'를 앞두고 국내 산업계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브이월드마저도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어스의 지도 플랫폼이 강력하고 두렵기 때문에 대응 차원에서 만든 게 브이월드 지도 플랫폼”이라며 “특화된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3D지도로 만들어야 하지만 잇따른 감사로 예산이 대폭 축소됐다”고 말했다.

 

브이월드의 3차원 공간정보 구축 예산은 지난해 82억원에서 올해 47억원 수준으로 대폭 삭감돼 기존 서울지역 3D지도 유지보수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브이월드 주무기관인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은 브이월드 운영은커녕 살림살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브이월드 예산은 26억원에 불과하다. 공간정보산업진흥원 직원들은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미 브이월드에 쏟아 부은 수백억원의 매몰비용은 결국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간 것이다.

 

당초 구글의 대항마로 야심차게 출발한 브이월드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관계부처의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과 기획재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담당자들은 쉬쉬하기 바쁘다. 선배들이 공들여 추진한 사업을 후배들이 뒤집고 있는 형국이다.

 

당시 브이월드를 총괄한 국토교통부 출신 현역 국회의원은 기자의 브이월드 취재 과정에서 “내가 원하던 방향과 다르게 돌아가고 있어 인터뷰가 적절치 않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브이월드가 표류하는 원인은 잦은 인사이동도 한몫한다. 지난 2012년 브이월드가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5년 간 주무부처의 과장은 5명이나 바뀌었다. 이는 한 사람이 일 년도 채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이래서는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없다. 그저 몸만 사리다가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기 십상이다.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은 두 차례 연기 끝에 안보의 이유로 불허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수십 년에 걸쳐 수조원의 비용의 들여 구축한 국가 지도 데이터를 넘겨주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 정부의 대응은 구글이 차후 지도 반출을 재차 시도할 경우 거절할 수 없는 명분을 주는 꼴이 됐다. 한 나라의 정부가 일개 기업에 끌려 다니는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리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다.

 

이미 한 차례 불허를 당한 구글 입장에서는 정부의 재차 불허 방침에 언제가 됐든 칼을 갈고 있을 게 뻔하다. 언제까지 안보라는 이유로 고개만 젓고 있을 수만은 없다.

 

2016년은 정부의 제2차 공간정보산업진흥 기본계획을 추진하는 첫 해다. 미숙함도 많고 방향도 찾지 못했던 올해를 반면교사 삼아 다가오는 2017년에는 정부와 국내기업이 서로 윈윈해 국내 공간정보산업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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