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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택 공간정보산업협회 연구원장/변호사] 구글의 지도반출 요구, 그들만의 보물섬 차지 위한 움직임의 시작

국토매일 | 기사입력 2016/10/26 [17:40]

[손영택 공간정보산업협회 연구원장/변호사] 구글의 지도반출 요구, 그들만의 보물섬 차지 위한 움직임의 시작

국토매일 | 입력 : 2016/10/26 [17:40]

 

4차 산업혁명 '보물섬' 안내해주는 지도의 중요성 높은 상황

"지도 반출 시 국내기업, 구글과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

 

▲ 손영택 공간정보산업협회 연구원장/변호사        © 국토매일

[국토매일] 소설 <보물섬>의 이야기는 보물섬 지도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은 금은보화를 숨겨놓은 장소가 표시되어 있는 지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인다. 지도 자체는 보물이 아니지만 지도를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구글 지도반출의 논란이 소설과 많이 닮았다. 지도를 차기하기 위한 구글의 노력이 치밀하고 적극적인 것은 소설에서의 그것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구글의 지도반출 요청으로 반출 허용여부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내달 11월 이에 대한 정부의 결정만이 남았다. 그러나 정부의 결정이 어떠하든 지도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지도 반출을 허용한다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 어떤 이에게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돌아오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구글의 국내 지도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편의가 향상되어 관광산업 증진에 기여할 수 있고 스타트업을 통한 신산업이 창출되어 고용창출의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치 엄청난 낙수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지도반출과 관련된 문제점과 우리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어떠한 것일까. 이는 진실을 외면한 구글의 태도와 우리 산업과 기술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문제로 나뉘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지도반출을 불허하고 있어 세계 혁신의 흐름에 뒤처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구글의 주장과는 다르게 UN-GGIM(유엔 글로벌공간정보관리위원회)과 ISPRS(원격탐사학회)가 2013년에 공동으로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 중국, 한국 등 21개 국가가 지도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고 응답하였고 2015년에는 오히려 31개로 그 수가 늘었다. 물론 이 결과가 반드시 지도 반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지도반출 제한과 관련 있을 것임은 분명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만 보안시설에 대해 보안처리를 해줄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난 9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구글은 미국 유타 마이클 생화학병기 실험소, 네덜란드 볼켈 공군기지, 러시아 석유회사인 알렉세이 밀러 하우스 등 각 국의 안보시설은 위장처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둘다 구글의 진정성 없는, 진실을 숨기고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산업과 기술발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지도는 과거 단순 위치제공 서비스 기능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미래 신산업을 실현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정밀한 지도가 있어야 이러한 기술들이 실현 가능하기 때문에 지도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도반출을 시발점으로 막대한 자본력과 인력, 기술력을 가진 구글이 국내 시장에 진입할 경우 지도를 제작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구글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국내 지도제작 업체는 전부 중소규모의 업체로 힘을 잃은 국내 기업의 경영불안은 산업의 붕괴로 이어지고 지도제작의 기술력을 잃어 기술적 종속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세계 신산업 기술개발에 있어 핵심적 요소인 지도를 통해 끊임없는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잃게 될 것도 우려된다. 


최근 우버, BMW, 아우디 등이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구글지도의 독립을 선언하고 직접 지도를 제작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구글생태계와 기술적 종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일 것이다.
 
사회는 기계중심의 사회에서 IT 중심사회를 거쳐 데이터 중심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데이터 중심사회라는 것은 데이터 활용능력이 경쟁력을 결정하고 데이터가 독립적인 자원으로 존재하는 지능사회를 의미한다. 구글은 이러한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있다. 지도는 이러한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며, 표현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이자 가장 중요한 데이터 그 자체로써 가치가 충분하다. 즉, 구글은 지도가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중요한 데이터로써 구글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근간이 되는 데이터이며 지도데이터의 확보 및 활용능력이 곧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집요하게 우리나라의 지도 반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반출 여부의 결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1조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만든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지도 반출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구글의 진정성 없는 태도와 산업 붕괴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구글은 진정성 있는 자세와 우리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보물이 숨겨진 장소로 이끌어 준 지도, 소설속 주인공들은 지도의 가치를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 보물이 어떠한 것일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확신한다. 우리를 보물이 있는 곳으로 이끌어 줄 지도 반출에 대한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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