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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본 대재난에 석탄화력정책을 생각한다

김수형 현대엔지니어링 기술자문

국토자원경제 | 기사입력 2011/04/11 [14:21]

[기고] 일본 대재난에 석탄화력정책을 생각한다

김수형 현대엔지니어링 기술자문

국토자원경제 | 입력 : 2011/04/11 [14:21]
필자는 발전 엔지니어로 지금 사투를 벌이고 있는 후쿠시마원전에 위로를 보내며, 사태가 빨리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인간사 남의 불행을 보고 무엇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는 쉬운 노릇이므로,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해 매우 조심스럽게 몇 가지 언급하려 한다.

생물학자인 레베카 코스타는 이번 사태를 두고 “잉카, 로마, 크메르 등 고도의 문명사회가 몰락하던 패턴과 비슷하게, 일본도 더없이 복잡해진 사회의 Meme(비유전적 문화요소)에 대한 집단적 믿음이 문제였다”고 짚었다. 아마도 대규모 지진의 발생지 예측이 맞을 것이라는 믿음, 쓰나미 높이가 얼마 이상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 원자력 발전은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 지진강도가 9.0에는 이르지 않으리라는 믿음, 매립지에 조성된 시가지는 안전하다는 믿음, 세계최고인 동경전력의 기술력에 대한 믿음 등이 그것이리라.

이렇게 일본의 Meme이 대부분 틀린 것으로 보이니 문제의 근본을 치유할 ‘통찰력’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레베카는 말했다. 이 상황에서, 우리들끼리 하는 말로 "일본도 저러한데 저것이 우리에게 남의 일인가?" 하는 걱정을 떨치지 못하면서, 재난예측, 대비태세, 환경오염, 사고처리, 향후대책으로 나눠 살펴보려 한다.

대 재난 예측측면에서, 쓰나미 높이는 몇 미터 이하일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간 것은 일본총리가 참의원에서 인정한 바 있고, 요즘은 진도 얼마 이상의 강진은 없을 것이라는 예측 하에 원전이 설계되기는 하나, 예상을 뛰어넘은 9.0의 지진에 모두들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그 동안은 "굉장히 큰 지진과 쓰나미에 대비해야 한다"는 통찰력을 가진 주장은 한번도 없었던 것일까?
하기야 신이 아닌 이상 진도와 쓰나미 높이를 어찌 알아맞추랴! 동경부근을 중심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대 지진이 동북부에서 나타난 것도 전문가들의 예측을 크게 빗나갔다. 예측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그 기술로 존재가치를 발하던 사람들을 낙담하게 만들었을 것 같다. 또 대규모 매립지에 조성한 시가지나 공장들도 지진에 의한 액상화 현상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으니, 이를 예측하지 못한 토목기술도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대 재난 대비측면에서, 해발 15m 높이에 건설된 오나가와원전은 피해를 조금 입었지만 10m의 후쿠시마원전은 사고의 끝을 예단하기 어려운 지경이며, 과거의 경험 상 높이 15.5m의 방조제를 쌓은 후다이 마을에서는 공식 사상자가 1명도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책상머리에서의 계산보다 실제적 경험이 얼마나 더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 후쿠시마원전 설계에 참여했던 일본인의 입에서 "당시에 지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인터뷰 방송을 듣고 눈과 귀를 의심했는데, 그런 상태에서도 동경전력이 원전안전을 홍보했다면 이것은 중대한 문제다. 대 재앙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것은 화력도 마찬가지여서 몇 개 발전소가 수 개월 복구를 해야 한다는데, 다만 설비파손 외에 2차적인 유해물질을 배출하지는 않은 것이 원전과 다른 점이다.

대재난으로 인한 환경오염측면에서, 세계의 원전강국이요 한국전력의 롤 모델이었던 동경전력 원전이 저토록 안전무방비였는지, 이제 후쿠시마원전으로부터 방사성 물질을 많이 받는 태평양은 한강에 요강씻기 정도일까? 사고원전이 뿜어낼 공해는 하늘로 바다로 퍼지는 것을 무언가로 덮어서 막기는 하겠지만, 쓰리마일이나 체르노빌처럼 아주 오랜 세월 그 자리에서 위험을 가지고 서있을 것이다. 이제 후쿠시마 원전은 폐지하는 모양인데, 폐지라고 해서 그것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대 재난 처리측면에서, 후진국도 아닌 부자나라 일본에서,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1주일이 넘도록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노인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은 사실을 보면서, 매뉴얼 사회의 경직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 일본에 물이 없는가 라면이 없는가 담요가 없는가 헬기가 없는가? 수년 전에도 원전데이터부정사건이라는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동경전력은 관료화가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일본사회가 관료화돼 이재민 지원이 늦었다는 지적이 어디 남의 얘기로만 흘려 들을 일인가?

향후대책측면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이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엄격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을 줄 안다. 3.11 일본원전이 고장을 일으키던 그 날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대통령은 UAE 원전수출에 따른 중요행사를 위해 출국했다. 원전은 녹생성장의 주축으로 자리잡아 향후 많은 원전을 증설할 계획이 수립돼 있다. 하지만 필자는 본 란을 통해 CO2때문에 화력발전을 천덕꾸러기 취급하지 말고, "CO2문제는 고효율 석탄화력에서 찾으라"고 주장한 바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지금 안전하다는 원전은 더 안전하게 보강 내지는 정책수정을 해야 할 것이다. 경제논리에서도 더 이상 원전이 석탄화력보다 값싼 수단이 되지 못하니 석탄화력의 재평가가 필요하고, 안전논리에서도 사고 시 2차적 위험이 없는 석탄화력의 재평가가 필요하다.

이번 사고로 가동 중 원자로 안전문제나, 특수물질로 싸놓는 폐기물, 땅속에 묻어두는 방사성 폐기물들은 CO2와 같은 반열에 놓고 비교해야 할 성질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인식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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