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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제도, 글로벌 스탠다드가 만능은 아니다

이제는 한국형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 때

김효임 | 기사입력 2015/10/13 [12:32]

건설제도, 글로벌 스탠다드가 만능은 아니다

이제는 한국형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 때

김효임 | 입력 : 2015/10/13 [12:32]
▲ 김충권 (대한건설협회 기술정책실장)     © 국토매일
[국토매일]선진국들이 만든 기법이나 제도 도입을 그대로 적용한 정부의 지나친 낙관적인 시각 등이 문제였다.
 
글로벌 스탠다드의 의미와 도입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는 세계표준 또는 국제표준이라고 하며, 사전적으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의미한다.
 
여기서 스탠다드(standard) 즉, 표준(또는 기준)은 상호간의 편의와 효율성을 도모하고 공정성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제도나 기법 나아가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의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도량형 중 미터법으로 각 나라마다 다른 형태로 발전되어 오다가 교역이 활발해 지면서 서로 다른 길이나 부피·무게 등을 일일이 환산하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1875년 세계 각국의 대표가 모여서 국제미터협약을 체결하면서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스탠다드는 1986년 우루과이 라운드 출범에 따라 건설을 포함한 서비스 시장의 개방 등 세계화(Globalization) 흐름 속에서 90년대 말 도입된 개념이다.
 
이젠  정치, 경제, 문화 등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기법, 제도, 시스템 등을 도입할 때 의례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단어가 되었다.
 
국가는 선진국으로 도약을 위해 경제적 발전뿐 아니라 법과 제도 및 문화적으로도 세계적인 표준에 맞추기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하고, 기업은 세계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단순히 도입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자체기술 개발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새로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건설산업의 글로벌 스탠다드 현실
 
우리가 법과 제도부문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 효과 또는 가치가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되어 자체적으로 만들어 적용할 때 보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 그 만큼의 노력과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건설 산업에서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시급하게 도입하여 세계적인 표준에 맞춰야하는 법과 제도가 있는 반면, 선진국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하여 각종 부작용으로 제도의 본래 취지가 상실된 경우가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분리발주제도이다.
 
전기·정보통신공사의 분리발주는 관련 법령에 의해 이미 의무제도화 되어있고, 소방공사 분리발주는 법제화 추진중으로 분리발주의 문제점을 여기서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더라도 건설생산체계의 비효율성, 국민의 혈세를 낭비, 품질 확보 문제, 설계·입찰공고·계약서 작성 등 행정력 낭비 등의 문제점을 양산한다는 것은 공론화된 사실이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외국은 분리발주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통합발주 확대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면한 채 오히려 분리발주를 확대하려는 우리나라 정부의 행태는 매우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입찰관련 제도의 선진화라는 미명아래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하였으나 우리나라의 사회적 기반을 고려하지 않고 도입되어 많은 부작용을 낳았던 두 가지 제도는 최저 가격 낙찰 제도와 실적공사비 제도이다.
 
두 가지 제도 모두 도입 당시 정부는 낙후된 국내 입찰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고 시장경쟁을 촉진하여 건설 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의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 최저가 낙찰제는 그 문제점을 개선하여 대체하기 위해 종합 심사 낙찰제를 도입하여 시범사업 중에 있고, 실적공사비는 우리나라 입·낙찰제도로 인해 실적단가가 낙찰률에 의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최근에 표준 시장 단가로 개정됐다.
 
최저가 낙찰 제도는 2001년 재도입 이후 15년만이고, 실적공사비는 2004년 도입 후 10년만에 전면 개정되어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건설관련 제도의 경우 선진국의 제도나 기법을 단순히 추종하듯 유행 따라 도입하는 것은 한계와 문제점이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
 
최저가 낙찰제와 실적공사비의 실패는 결국 우리나라의 발주시스템(사회적 기반)이 선진국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달랐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규격(사양)중심으로 건설공사를 발주하고, 선진국은 성능 중심으로 발주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발주자가 재료, 규격 등 구체적인 내용(벽체 공사시 철근 D15, 두께 200mm)까지 제시하고 시공자는 이에 따라 시공하는 방식인 반면, 선진국은 발주자가 부위의 성능만 제시(벽체 1m당 무게 300kg지지)하면 시공자가 상세설계 및 시공방법을 결정하여 시공하게 된다.
 
이러한 차이로 우리나라는 발주자가 상세설계까지 하여 설계서에 오류·누락 등이 발견되면 설계변경 및 계약금액의 조정이 가능하여 공사금액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고, 선진국은 시공자가 상세설계를 하기 때문에 설계변경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트렌드를 좇기보단 한국형 스탠다드를 만들자
 
이제까지 우리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소수의 선진국들이 만든 기법이나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이름으로 도입하여 왔다.
 
그러나 그들의 사회적 기반위에서 작동하던 것을 들여왔기에 부작용이 많았다.
 
어쩌면 그것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닌 하나의 외국 사례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정부가 도입당시 우리 사회에 적용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을 것이지만 결국, 도입 이후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최종 이용자에 의한 피드백이 시의성 있게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선진국에서 적용된 사례가 있으니 우리도 적용에 문제없다는 정부의 지나친 낙관적인 시각 등이 문제였다.
 
이제 글로벌 스탠다드가 만능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관용성(골프용어: 볼을 잘못 쳐도 적당하게 방향성을 보장하는 성질)도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미 우리의 IT산업분야에는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메모리, LCD 등 한국이 곧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사례도 많다.
 
앞으로 우리의 건설산업에서도 IT산업과 같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한국형 글로벌 스탠다드가 나오길 바란다.
 
선진국의 기준을 도입할 때 사회적 기반을 고려하여 잘 접목시켜 정착될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나아가 우리에게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인 우리만의 ‘한국형 스탠다드’가 무엇인지를 고민을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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