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매일] 길었던 가뭄의 끝을 알리는 단비가 전국을 적시고 있다.
이번 비는 말라가는 농작물에 신음하던 농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매년 이맘때면 일어나는 집중호우에 의한 침수피해와 안전문제에 대한 걱정을 더해주는 비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 천만 시민의 터전 서울시의 풍수해 안전대비에 대하여 점검해봤다.
2015년 여름철 강수량 평년과 비슷 수도권 기상청은 지난달 23일 수도권 지역의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의 날씨전망을 발표했다. 7월에는 남쪽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아 흐린 날이 많겠으며,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보인다. 8월,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 때가 많아 상층 한기 남하에 따른 대기 불안정과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올 때가 있겠으나, 지역적인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인다.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9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보인다. 매년 반복되는 강남 침수 올해는 괜찮을까? 서울시 강남역 일대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으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2014년에는 평년 대비 강수량이 55%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집중호우가 내렸다 하면 물에 잠긴 것이다. 2013년 7월, 폭우로 물에 잠겼던 강남역 일대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까지 침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약속은 지켜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12년 8월, 서울시가 지대의 빗물이 강남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반포천으로 빠지게 하는 하수 터널을 만들겠다는 대책을 발표하며 2013년 3월, A사 등 3개 회사와 설계용역을 계약했다. 당초 서울시의 계획은 2013년 12월까지 용역을 끝내고, 지난해 공사를 시작해 올해 완공하는 것이었지만, 용역 컨소시엄을 주도한 A사가 경영난에 빠지며 인력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7월 파산했다. 용역 기한은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로 두 차례 연장됐고 하수 터널의 완공은 빨라도 다음해 말로 1년 이상 늦춰졌다. 지난 3월에는 잘못된 하수관로 개선, 유역분리터널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시는 우선 강남역 일대 상습 침수의 원인을 ▲ 항아리 지형 ▲강남대로 하수관로 설치 오류 ▲반포천 상류 통수 능력 부족 ▲삼성사옥 하수암거 시공오류 등 4가지로 정리했다. 강남역 일대 지형은 주변보다 17m 이상 낮은 이른바 '항아리 지형'으로 폭우가 쏟아질 경우 물이 고일 수밖에 없는 조건인데다, 삼성사옥 하수관·강남대로 하수관로의 일부가 물이 역행하도록 잘못 설치돼 침수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지역의 상습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먼저 올해 강남역 인근 역경사관로 흐름 개선, 용허리공원 빗물 저류조 유입관로 신설, 고지대 빗물 유입시설 확충 등 당장 시행 가능한 3대 긴급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시는 물이 역류하도록 잘못 시공된 강남역 삼성사옥 인근 하수관로 흐름을 개선한다. 시는 올해 우기 전까지 시비 5억 원을 투입, 고지대인 역삼동~강남역 역경사 관로 230m에 분리 벽을 설치해 역삼동에서 흐르는 빗물은 초기부터 분산할 계획이다. 또 시는 용허리공원의 빗물 저류조가 인근 노면수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폭 2m, 연장 155m의 유입관로 1개를 우기 전인 7월까지 설치 할 계획이다. 아울러 강남대로 주변의 노면수 유입을 막기 위해 고지대 노면수 유입시설도 확충 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인 유역분리터널 공사와 경부고속도로 지하를 활용한 대심도 터널 공사는 중장기대책으로 남겨뒀다. 이에 따라 기존 배수시설을 정비하는 수준의 대책으로 올해 강남역 침수를 막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풍수해 안전대책 본격 추진 VS 배수 능력 낙제점 서울시 하천관리과 관계자는 서울시가 여름철 풍수해에 대비해 풍수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며 풍수해안전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수방 시설물 확충 ▲공사장·취약시설 안전점검 및 시설물 운용·점검 ▲집중호우·태풍 등 상황 발생 시 대응능력 강화 ▲대시민 수방대책 홍보 ▲시민불편 최소화를 위한 복구체계 구축 등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2014년까지 서울시 34개 침수 취약 지역 중 9개 지역의 수방 시설물 확충이 완료됐으며 올해는 5개 지역이 완료될 예정으로 모두 우기에 활용 가능토록 추진되고 있다. 또 아직 진행 중인 지역은 우기 피해 최소화를 위해 긴급대책이 추진 중이다. 침수취약지역 지하주택에 대해서는 침수방지시설이 보급완료 됐다. 주요 수방 시설물에 대해서는 올해 총 17회의 안전점검을 실행했으며 기타 관계 시설은 점검과 관리를 통해 우기 전까지 최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침수취약지역 맞춤형 행동매뉴얼 작성과 풍수해 상황을 대비한 대응훈련 실행 등을 통해 풍수해 상황 발생 시의 대응능력을 키우고 있다. 또 시민들의 풍수해 안전을 위해 풍수해 체험행사 운영과 기획보도를 통한 풍수해 대책 홍보 등 대시민 수방대책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며 도로, 교통 및 수도·통신·전기·가스 등 Life line 응급복구와 이재민에 대한 생활편의 및 건강 돌봄 서비스 시행 등 풍수해 사고에 대한 최선의 복구체계를 구축 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울시의 주요 상습 침수지가 무방비에 가까울 정도로 배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한토목학회가 지난 5월 20일 개최한 ‘제3회 미래정책포럼’에서 배덕효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우면산 사태를 겪은 2010∼2011년의 강우량이 서울의 45개 상습침수지에 재현되면 모든 유역에서 침수가 발생한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제시했다. 여름집중호우가 2010∼2011년 수준 이상일 경우 강우량에 서울 주요 상습 침수지가 무방비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배수능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서울의 광화문·강남역 일대가 물바다로 바뀐 당시의 강우량이 재현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여름철 3개월간 우기 때 평균 강우일과 강우량은 2001년 33일과 981.1㎜에 머물렀지만 2010년 56일과 1394.6㎜로, 2011년에는 47일과 1640㎜로 늘었고 2040년까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배 교수가 기후변화에 따른 확률 강우량 변화를 분석한 바로는 60분에 떨어질 확률 강우량의 경우 1971∼2000년까지의 30년 평균 빈도(30년에 한 번 내리는 강우량)가 2010∼2040년까지는 10년에 1번꼴(10년 빈도)로 잦아지는 등 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시설물 및 지역별 설계빈도 기준은 기후변화를 따라잡지 못할 뿐 아니라 펌프장(30년)과 관망(10년) 등 시설물별로 서로 달라 동일 유역 내에서도 각 시설물을 포괄한 통합적 방재성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지적이다.
긴 가뭄으로 산사태 우려 더 커져 가뭄이 길었던 만큼 집중호우에 의한 산사태 피해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2015년 여름철 기온과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역에 따라 집중호우, 태풍 등의 영향으로 산사태 발생이 예상돼 2011년 16명이 숨진 우면산 산사태와 같은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산사태 취약지역 중심의 현장점검·정비, 대피체계 구축 및 사방시설 설치 등 선제적 예방과 대응이 절실히 필요하다. 서울시에서는 산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남산, 관악산 등 산사태 취약지역 310개소를 대상으로 사방댐 건설과 산림 내 사면 정비 등 15년도 예방사방사업을 실행하였으며 사면전수조사 및 산사태 피해 저감 시스템 구축과 사방시설 점검 및 정비 등을 실행하고 있다. 권승현 객원기자 ksh@pmnews.co.kr <저작권자 ⓒ 국토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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