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1‧21 담합예방조치, 현실 외면한 채 향후 조치만 무성

정부, "최저가낙찰제가 담합요인" 인정 … 건설업계, "미래조치보다 발등 불 꺼줘야"

박현군 기자 | 기사입력 2015/01/26 [09:49]

1‧21 담합예방조치, 현실 외면한 채 향후 조치만 무성

정부, "최저가낙찰제가 담합요인" 인정 … 건설업계, "미래조치보다 발등 불 꺼줘야"

박현군 기자 | 입력 : 2015/01/26 [09:49]


[국토매일] “맛있게 보이지만 앙꼬 빠진 찐빵이다”

정부가 21일 발표한 ‘건설산업 입찰담합 예방 및 시장 불확실성 완화방안(이하 건설담합 예방안)’에 대한 건설업계의 견해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공공 건설시장에서의 담합 관행이 건설업계의 도덕적 헤이에 따른 의도적 범법과 입찰·발주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발주기관별 입찰담합징후 포착 시스템 개발 ▲종합심사낙찰제 도입 ▲실적공사비 개선 ▲1사 1공구제 폐지 ▲입찰담합 신속·엄정 조사와 개인처벌 강화 ▲입찰참가제한 합리적 조정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등의 개선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 4대강 공사에서 건설업계를 담합으로 내 몬 1사 1공구제도는 이날 발표와 즉시 폐지됐다.
 
■ 건설업계, “현실적 해결책은 없었다”
이번 조치와 관련 건설업계는 공식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건설협회 최상근 실장은 “정부가 불확실성을 제거해서 해외건설 수출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내심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A건설사 D상무는 정부의 이번 발표와 관련 “(이번 조치와 관련) 향 후 조치에 대한 청사진은 있지만 현재 걸려있는 조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번 발표에서 현재 건설업계에 걸려있는 담합 관련 조치들에 대해 과징금을 내고 입찰금지 등을 해소시켜주는 등 어떤 식으로든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앞으로 이러이러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또 B건설사 H상무는 “(이번 발표에 대해) 크게 언급할 만한 것은 없다”며 “얼마나 구체화 하느냐, 어떤 문구로 법에 명시할 것인지에 대해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상무는 “과징금을 받든 어떤 처벌을 받든 빨리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정치적 이유로 잘못된 결정 이제 바로잡아야
공공 건설시장에서 공공연한 담합 관행의 원인을 찾아가다보면 현재의 입찰 발주제도에 대한 구조적 문제로까지 수렴된다. 구체적으로는 최저가낙찰제, 저가 지향형 실적공사비, 1사 1공구 제도 등이다.

이같은 제도는 2000년대 초반 시민단체들의 거센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면서 도입됐다. 당시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공공 건설시장에서 건설사들이 시설물 안전 등 품질은 등한시한 채 관행적으로 폭리만을 취한다며 문제를 제기했었다. 당시 여론은 1998년 닥친 국가 부도위기를 막 넘긴 시점에서 국가재정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쪽으로 흘렀었다. 이에 언론, 시민단체, 정치권 등은 희생양 찾기에 나섰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참사 등을 경험한 국민들에게 건설업계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이와 관련 중견 건설업체 C사의 H상무는 “최근 건설사들의 생존을 위한 담합을 불러온 불합리한 입찰·발주제도의 원인은 2000년대 초 시민단체들의 끈질기고 과도한 요구에 정부가 백기를 들면서 도입됐던 것”이라는 해석을 내 놨다.

이 관계자는 “물론 건설업계에도 불합리한 관행과 폭리 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며 “그러나 건설시장의 건강한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업계의 잘못된 점은 개선하고 처벌하되 적정한 수입 등 지켜줘야 할 부분은 보호해 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 IMF 발표장면  © 국토매일
■ 공공시장서 모럴헤저드 불가능

또 건설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의 악의적 담합과 공공이익 편취 등에 대한 시각과 관련 “공공 건설시장에서 모럴헤저드는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내 대형 건설업체 D사 임원 E씨는 “민간 건설시장이 아닌 공공 건설시장에서 악의적 모럴헤저드 관행은 구조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악의적 모럴헤저드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건설사들이 공공건설시장에서의 신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사들이 발주 주체와의 관계에서 사실상 '갑'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거나 시장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적어야 한다. 그러나 발주사인 정부·지자체 및 공사들과의 관계에서 건설사들이 ‘을’의 위치에 있고 공공 건설시장에의 이익 비중이 건설사들의 전체 이익 비중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자신보다 힘쎈 고객에게 갑질을 하는 어리석은 업체는 없다”며 “현재 공공공사시장에서 관행화 된 건설사들 간 담합 행위는 현행 입찰제도 및 발주방식 내에서 건설사들 간 재무적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하고 대형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공공 시설물들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E씨는 “현행 입찰제도를 순응할 경우 파괴적인 무한경쟁에 의해 최저가 낙찰을 받을 경우 재무적 리스크가 커져서 결국 기업부실과 부실공사로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담합의 대표 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공사현장     © 국토매일
■ 정부, 잘못된 입찰·발주제 개선 발표
정부는 이번 건설담합예방안에 건설업계의 이같은 목소리를 일부 수용한 개선방안을 내놨다. 현행 최저가낙찰제도를 종합심사낙찰제로 변경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건설사들의 모럴헤저드에 대한 조치와 관련해서는 발주기관들에게 입찰담합 사전예방장치를 마련토록 했다. 이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기관 산하 발주기관들이 철도시설공단에서 지난해부터 운용중인 담합징후 포착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또 새로운 가격제도로 도입된 종합심사낙찰제는 가격요인 외에도 공사수행능력과 사회적책임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특히 종합심사낙찰제에서 가격요인은 최저입찰주의가 아닌 입찰자의 평균 입찰가격을 기준으로 개별입찰자의 입찰가격을 점수로 산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외 실적공사비제도는 실제 시장가격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면개정된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발주한 4대강 공사에서 건설업계를 담합으로 내몬 1사 1공구제는 지난 21일 발표 즉시 폐지됐다.

이 밖에 건설산업기본법 상 입찰담합 부정행위에 대한 개인 벌칙 규정을 공정거래법 수준보다 높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으로 변경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이번 정부 개선안은 “최저가낙찰제도에 따른 지나친 저가경쟁구도가 오히려 최소한의 수익확보를 위한 입찰담합의 발생요인”이라는 점을 인정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 국토부,“이번조치 소급적용 불가능”
현실적 조치가 빠진 것에 대한 업계의 불만과 관련 국토부는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건설경제과 김정희 과장은 “업계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러나 업계 의견을 들어주려면 현재 담합관련 적발 및 조사 건들을 소급적용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개선 시점 이후 사건들에 대해서는 처리과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공공공사 발주에 대한 담합문제는 국토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과도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담합에 대한 사실상의 단속행위는 경제검찰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공정위에서 담당한다. 그러나 담합으로 인해 국가재정에 피해를 봤을 때 산정하는 민사상 피해액 산정이나 과징금 등에 대한 원칙은 국가계약법에서 규정하는데 이는 기획재정부 소관사항이다.

김 과장은 “이번 기회에 3개 정부부처가 협조해서 담합과 관련 관행 근절과 불합리한 발주 시스템 개선을 약속한 이상 앞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