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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칼럼] 민자사업 해외 전략적 과제(48) - 민자사업의 실패 (VII)

이재성 박사 | 기사입력 2025/01/20 [13:55]

[기획 칼럼] 민자사업 해외 전략적 과제(48) - 민자사업의 실패 (VII)

이재성 박사 | 입력 : 2025/01/20 [13:55]

▲ 이재성 경영학 박사     ©국토매일

[국토매일=이재성 경영학 박사] 괌 발전소 건설이 중반에 진입하면서,  미국의 환경청(EPA)의 발전소 준공 승인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번 기사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지한 상태에서, 필자는 주계약자(Turnkey Contractor)의 Project Manager로서는, 다른 어느 주제보다도 우선순위를 두고 대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준공 승인이 어려운 것은 어떤 기술적 문제 때문인가? 미국 환경청의 문제 제기가 과연 타당한가? 공기 오염(Air Pollution) 문제인가? 물 낭비(Waste Water) 문제인가?

 

둘째, 만약 기술적 문제라면 미국의 환경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발전소 설계는 누구 책임인가? 발주처인가? 계약자인가? 아니면 오너의 컨설던트(Owner's Consultant) 인가?

 

셋째,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중도에 설계 변경을 한다면 공기연장과 예산 증액은 누구 책임인가? 

 

문제의 윤곽을 파악한 필자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미국의 환경 기준을 깊이 알고 있는 전문가를 회사 내에서는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법정에서 이 주제를 다툴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춘 사람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기업에서의 관행에 따라 지휘 라인을 통해 상황 보고를 했지만, 해결 방안에 대한 지시는 없고 Project Manager인 필자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평생 처음으로 겪는 난제를 맞이하게 되고 말았다.

 

이때 떠오른 전략은, 찾고 있는 해결사가 사내에는 없고 국내에도 없다면 해외에서 찾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최고 경영자에게 보고했더니 “자네가 알아서 해”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가 “돈은 좀 들 겁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장실을 나왔다.

 

우리나라가 해외에 건설하는 턴키(Turn-Key) 파워 플랜트 1호 프로젝트가 환경문제로 준공을 못한다고 한다면, 이것은 앞으로도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심적 부담을 잔뜩 가지고 필사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발주처에서도 이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매일같이 몇 시간씩 정전이 이루어지는 심각한 상황에서 준공한 발전소가 송전을 못한다면 주민들의 저항이 엄청나리란 건 불보듯 뻔했다. 그래서 그들도, 책임 공방에 골몰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의 승부를 각오해야 했다.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미국에 있는 최대의 PM Consulting 회사인 'OK'사를 찾아내고, 컨설팅 계약을 시도했다. OK사의 영업 부서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컨설팅 계약은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과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외 순방 중이기 때문에 본인과 직접 접촉해보라는 것이었다. 약 한달 동안의 추적 끝에 그가 일본에 머물고 있음을 파악하고 통화했다. 당장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부사장은 "내일 아침 유럽으로 떠나는 일정"이라 전했다. 

내가 "내일 아침에 한국 서울에 2~3시간만 들렀다가 유럽으로 가면 어떻겠냐"고 반문했더니 잠시 후에 다시 전화 주겠다고 했다. 그 기다리는 30분이 정말 길게 느껴졌지만, 비행 일정을 바꿔서 내 권유대로 일정을 수행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라면 박스에 주요 계약서와 그간 오고 간 문서들을 챙겨 공항에서 드디어 그를 만났다. 그에게 문서철들을 내밀었더니, 그는 고등학교 시절 만화방에서 새로 나온 만화책 보듯이 서류들을 대충 훑어보는 것이었다. 이때다 싶어 다짜고짜로 "Mr. Bishop, 뭐가 문젠지 알겠어요?" 물었다.

그가 고개를 끄득이자 나는 드디어 “해결할 수 있겠어요?”라도 의도를 밝혔다. 그는 너무나 반갑게도 “ Yes, We Can!"이라 확답했다. 그리고는 떠나려는 듯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이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아니, 일을 할려면 계약서를 써야 할 것 아닌가?“ 라고 했더니, 그는 "본사에서 변호사를 통해 계약서 초안을 보내준다"고 했다. 황당해서 ”지금 한 시가 급한데,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이 쓰면 될 것아니냐?“라고 따지느 그는 어이없었는지 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당신이 쓰기 어렵다면, 그럼 내가 쓰겠다”. 나는 A4 한 장 위에 주요한 계약조건 네 가지를 쓰고, “이것이 요지인데, 빠진 것이 있으면 더 추가하라”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없다고 했다. 이 다음 내가 서명을 먼저 하고 계약서를 내밀었고 그도 바로 서명했다. 그는 또 다시 떠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내가 “이렇게 계약서를 썼으면 일하는 사람이 와야 하지 않느냐?"라고 묻자 그는 웃음을 머금은 채 미국 본사에 전화를 걸어 두 사람의 컨설턴트를 48시간 이내로 대한민국 서울에 도착시키라는 업무 명령을 하달했다. 컨설턴트들은 이틀 후에 도착했고, 6주 동안에 걸쳐 대응 방안을 마련, 이후 발주처를 방문해 환경 문제에 대한 대전을 치르게 됐다.

 

아무리 문제가 크고, 어려워도 해결사는 반드시 있다. 이것이 나에게 남겨진 위대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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