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림=부산대학교 교수]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나오는 이야기는 무역수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가 유독 무역수지에 민감한 이유는 전세계의 여러 국가들 중에서 수출입 즉, 무역에 경제가 의존하는 정도가 크기 때문이다.
OECD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GNI의 72.3%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 31.4%, 일본 37.5%, 프랑스 66.1% 등 주요국과 비교해볼 때, 매우 높은 국가이다.
이러한 수출입에서 해상물류의 비중은 99.7%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항만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해상 물류의 중요성은 지난 팬데믹을 겪으며서 더욱 부각됐다. 컨테이너 운임비용은 2021년 12월이 2020년 동월 대비 169% 높아졌고, 2021년에는 물동량이 회복되면서 갑자기 항만에 물동량이 몰려서 6단까지 컨테이너를 쌓아두고 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물류의 변동성은 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술적 해결이 준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는 국가간의 무역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해상 무역이 85%정도를 차지하고 있어서 해상, 항만 물류의 경쟁력이 각 국의 무역 경쟁력에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이 되고 있다.
따라서, 로테르담, 함부르크, 싱가폴, 중국 상해 등의 유명 항만들이 앞다투어 스마트항만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지위를 높이려는 경쟁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로테르담항은 PortXchange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입출향프로세스를 통합 관리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Tuas항만에 모든 첨단 기술들을 집약해서 디지털화를 이루고 가고 있고 중국의 항만들은 해운분야의 빅데이터와 항만의 무인 자동화 그리고 TOS 고도화를 통해서 스마트항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9년부터 'IoT기반 지능형 항만물류기술개발 (IPLT)'사업을 통해서 단일 터미널 내의 모든 장비와 작업자로부터 데이터를 일관되게 수집, 저장,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고 이를 통해 항만 운영을 지능화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각국의 스마트항만 개발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제조경쟁력을 함께 견인할 물류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우리나라 항만을 대용량 데이터를 일관되게 수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제4차산업혁명의 기본 프레임워크는 데이터수집 인프라와 빅데이터 플랫폼, 그리고 지능형 서비스를 계층적으로 연결해서 데이터로부터 운영지능을 확보하는 것이다.
항만은 이러한 제4차산업혁명의 기본 프레임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최고의 분야이며, IPLT사업을 통해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다음으로 항만운영 지능화를 위한 인공지능 기반 효율화/최적화 알고리즘을 확보하는 일이다. 비록 각국이 동일한 표준의 컨테이너를 가지고 물류를 수행하지만, 각 국은 그나라에 차별화된 프로세스가 있어서 이를 위한 인공지능 모델 학습과 구축이 필요하며, 우리나라는 이러한 운영지능을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해운항만물류 플랫폼을 확보해야 한다. 물류 프로세스는 본질적으로 다양한 기관, 기업의 참여를 하기 때문에 플랫폼을 통한 접근법이 대세가 될 수 밖에 없으며, 플랫폼은 잠금효과가 매우 지배적이어서 국산 플랫폼이 구축되기 전에 외산 플랫폼이 구축되면 앞으로 국제무역의 모든 운영과정에서 우리나라 서비스는 외산 플랫폼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특히, 환적화물이 많은 부산항의 특성과 부산 신공항의 개항시 항공과 연계한 복합물류의 처리를 위해서도 플랫폼 구축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동안 우리가 항만자체의 효율화를 위해서 노력을 해왔다면,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서 해운물류와 내륙물류와 연계하여 전체 수출입물류를 최적화해야 한다.
이는 항만의 생산성이 높아도 배의 정시성과 트럭의 정시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물류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점에서 연계최적화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이며, 현재 진행중에 있는 '해운-항만-운송 기업간 물류 연계 최적화 서비스 개발 (AIPC)'사업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또한 더 나아가 해운항만의 물류에서 환경을 고려하고, 안전을 고려하여 최적화하는 기술의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
유럽의 선진항만은 오래전부터 스마트항만의 전략을 로드맵으로 만들어서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으며, 앞서 설명한 PortXchange와 같은 플랫폼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해운항만 물류 분야에서 주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제조업의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서 글로벌공급망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꾸준함이 필요하다.
오랜동안 항만의 디지털화를 위해 연구개발비를 투입해왔지만, 연구개발이 연구개발에서 멈추는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개발된 기술들의 보급활용을 위한 뒷받침이 절실하다.
새로이 개장하는 신항 서컨테이너 등에서 우리나라 기술이 항만에 도입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도 꼭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