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건설 입찰 담합···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그들만의 ‘잔치’인가

과징금 최다 기업으로 현대건설···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이 뒤를 이어
건설업계, 불공정행라는 것 이견 없으나 불합리한 발주환경과 제도는 입찰담합 유발 요인

국토매일 | 기사입력 2014/09/15 [17:00]

건설 입찰 담합···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그들만의 ‘잔치’인가

과징금 최다 기업으로 현대건설···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이 뒤를 이어
건설업계, 불공정행라는 것 이견 없으나 불합리한 발주환경과 제도는 입찰담합 유발 요인

국토매일 | 입력 : 2014/09/15 [17:00]


본지는 지난 기사(8월 25일자)에서 입찰 담합 과징금을 두고 공정위와 건설업계의 입장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보다 명확한 현실의 상황과 여건을 파악하기 위해 입찰 담합 형성 원인과 그 과정에 대해서 분석했다. <편집자 주>

▶건설 입찰 담합 시 국내 처벌 제도에 대해

국내 입찰 담합 시 처벌 내용은 행정적 제재로 시정조치와 과징금 등이 내려진다.

그 내용으로는 ▲당해 행위의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 ▲과징금은 당해 사업자에 대해 위반행위 기간 동안 관련 상품·용역 매출액의 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부과 ▲매출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20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과로 구성됐다.

벌칙은 ▲공정위의 고발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 ▲시정조치 등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법인 또는 개인에 대해서도 처벌)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의 과징금은 매출액 10% 이내, 미국은 즉시 형사처분임을 고려할 때 과징금의 금액적인 측면은 해외의 사례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 건설 입찰담합 총 적발 건수     © 국토매일

▶공소시효 앞둔 2009년 건설 입찰 담합 수면 위로 부상

최근 건설업계는 내수 시장의 불황에 이어 대규모 건설 입찰 담합 적발로 여론까지 악화됐다.

올해 공정위가 발표한 과징금 내역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사들과 중견 건설사들 대부분이 건설 입찰 담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2009년의 공사 입찰과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한 결과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4355억 원)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1322억 원) ▲4대강 사업(1115억 원) ▲경인운하사업(984억 원) 등으로 2009년에만 총 14건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2009년에 분포돼 있고 호남고속철도 건설 입찰 담합 건은 사상 최대의 과징금인 4355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호남고속철도 건은 과징금액 외에도 문제가 되는 것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대한민국의 대표 건설업체들을 포함한 총 28개 사의 대규모 담합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해외플랜트 저가 수주로 한차례 홍역을 치러 최근에서야 일부 흑자폭으로 돌아섰는데 이번 사건이 터져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 10년, 건설 입찰 담합의 현 주소
지난 10년간 건설 입찰 담함으로 인해 과징금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총 59개 사 이다.

과징금의 금액적인 측면에서 100억 원 이상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총 17개 사 이고 과징금이 높은 순서로 ▲현대건설 1218억 원 ▲삼성물산·대림산업 각각 1210억 원 ▲SK건설 756억 원 ▲GS건설 637억 원 ▲대우건설 633억 원 ▲포스코건설 532억 원 ▲현대산업개발 454억 원 ▲동부건설 269억 원 ▲롯데건설 245억 원 ▲한진중공업 228억 원 ▲코오롱글로벌 183억 원 ▲두산중공업 179억 원 ▲태영건설 149억 원 ▲두산건설 126억 원 ▲KCC 118억 원 ▲금호건설 102억 원이다.

건설 입찰 담합 적발 건수가 많은 순서는 ▲코오롱글로벌이 10건 ▲대우건설이 8건 ▲현대건설·대림산업 각각 7건 ▲삼성물산·포스코건설·GS건설·SK건설 6건 ▲현대산업개발 5건 ▲금호건설·한라건설 4건 ▲동부건설 3건 ▲두산중공업·한진중공업·롯데건설 2건 ▲두산건설·KCC 1건이다.

결과적으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가 모두 포함돼 그동안 건설 입찰 담합이 건설업계에서 관행처럼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 10대 건설사 입찰담합 과징금액     © 국토매일

▶건설 입찰 담합은 왜? 그리고 어떻게 이루어지나?

대부분의 입찰 담합은 사전에 입찰에 대한 낙찰사를 미리 정해놓고 실제 입찰시 나머지 기업은 들러리로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또한 사업의 규모가 커 구역을 여러 곳으로 나눠 입찰할 경우 사전에 구역별로 낙찰사를 정하고 균일하게 나누어 갖는다.

담합을 하면 낙찰사의 경우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받으면서 손쉽게 입찰을 받을 수 있고 들러리로 참여한 기업도 대가로 금전적 보상이나 향후 사업 건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양도 받는다.

결과적으로 수주경쟁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이익은 극대화하고 서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또한 대규모 국책 사업의 경우 극심한 입찰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서로 상부상조하는 경우도 있다.


▲ 10대 건설사 입찰담합 적발 건수     ©국토매일

▶건설업계와 공정위···입찰 담합 문제의 쟁점에 대한 시각 달라

이를 두고 실질적으로 건설업계와 공정위의 입장 차이는 크지만, 국내 건설 경기를 고려해 양쪽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우선 공정위는 올해 건설관련 입찰 담합 적발 건수가 많아 건설경기 활성화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격이 될까 조심스러우나 한 건설사가 여러 공사건에 대한 입찰 담합 행위로 적발된 경우가 빈번해 기준에 따른 엄정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자료를 통해 지난 10년간의 건설 입찰 담합 행위를 살펴본 결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기준으로 대우건설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현대건설이 7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후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및 포스코건설, GS건설, SK건설이 6건이고 롯데건설이 2건이다.

10대 건설사 중에서 한화건설을 제외한 모든 건설사가 두 번 이상 적발돼 공정위의 입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 정책홍보담당관의 서문수 조사관은 “국가적으로 건설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2009년 건설 입찰 담합 사례가 유독 많아 내부적으로도 조심스럽다”며 “하지만 과징금의 산정은 법으로 명시된 계약범위 10% 이내로만 진행되며 과징금의 표준산출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4단계에 걸친 과정을 통해 업체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고려해 최종 과징금을 공정하게 산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건설업계가 바라보는 건설 입찰 담합의 쟁점은 다른 곳에 있다.

여론 등을 고려해서 가급적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불만이 많은 상태이다.

입찰담합이 명백한 불공정행위라는 것은 이견이 없어 보이지만 현행 공공공사의 발주환경이나 관련제도가 입찰담합을 일부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이러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의견을 모았다.

첫째로 발주 기관들이 건설사 1개사 당 하나의 공구만 낙찰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대규모 국책사업들의 경우 준공기일의 단축을 고려해 단일사업을 여러 개의 공구(일반적으로 10개에서 15개 정도)로 분할해 동시다발적으로 발주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전에 설계를 해야 하고 공사비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 설계비로 나가 대규모 공사에서 그 비용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서 발주기관의 1개사 1공구 낙찰 원칙은 입찰에서 실패할 경우 과도한 금전적 손해를 건설사들이 떠안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부담감으로 건설사 간에 무모한 출혈경쟁을 피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하기 위해 담합이 이루어진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로 턴키제도의 모순된 구조를 지적했다.

턴키제도의 본래 도입취지는 기술경쟁으로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인데 실제 현장에서는 가격 경쟁으로만 번진다는 것이다.

특히 가격에 비중을 둔 ‘가중치 기준방식’이나 ‘설계적합 최저가방식’으로 대부분 발주가 이루어져 원래의 기술경쟁의 취지와는 달리 최저가 경쟁으로만 치우쳐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것이다.

세 번째로 발주 공사의 예정가격의 불합리성이다.

우리나라에서 건설관련 입찰을 할 경우 최종적으로 예정가격 이하로만 낙찰을 받게끔 하는데 이 예정가격 자체가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예정가격의 산정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 근거로는 과거의 계약 단가를 기준으로 작성된 실적 공사비를 활용해 예정가격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투찰은 기존의 예정가격의 100%이하로만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실제로 추가적 이익의 취득은 성립자체가 불가능하고 실적공사비는 매년 낮아지는 구조이다.

해외 사례의 경우 공사비가 현실에 맞게 적정공사비로 확정됐고 투찰도 실행가격에 맞춰 이뤄지며 예정가격의 100%이상 입찰도 허용한다.

이에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 계약제도실 안성현 부장은 “계약법령상 발주자의 요구에 따른 기존설계 변경의 경우 추가로 들어가는 ▲인력 ▲자재 ▲장비에 대한 비용은 현재물가를 기준으로 상호 협의해 계약금액을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 발주기관이 이와는 달리 과거 입찰시점의 물가를 적용하거나 임의로 정한 기준을 적용하여 공사금액을 감액하고 있어 이로 인한 손해를 건설업체가 모두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며 우려를 전했다.

한편, 공정위와 건설업계는 입찰 담합에 있어 각각 해외 사례를 들어 주장을 뒷받침 했는데 여기에서도 각자의 시각차이가 있다.

공정위의 경우 과징금 징수에 있어 매출액의 10% 이내로 해외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히며 담합을 처벌하는 법적 기준의 합리성과 원칙을 강조했고 건설업계는 입찰 단계에서 제도가 해외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비합리적 구조라고 주장했다.

올해 대규모 건설 입찰 담합 건에 대한 양측의 문제 접근 방식에 시각차이가 있어 당장에 해결방안을 내놓기에는 어려워 보이며 향후 해당 사태의 개선 방향이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