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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파업 종료 화물연대, 무엇을 얻었나

전병수 본지 논설위원

전병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12/09 [17:44]

[칼럼] 파업 종료 화물연대, 무엇을 얻었나

전병수 본지 논설위원

전병수 논설위원 | 입력 : 2022/12/09 [17:44]

화물연대가 9일 파업을 접고 현장으로 돌아간다. 지난달 24일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적용 품목 확대’를 명분으로 집단운송 거부에 들어간 지 16일 만이다. 이 기간 물류는 끊어지다시피 했고, 산업현장은 아우성을 쳤다.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났고 여론은 싸늘했다. 정부는 연일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는 9일 파업철회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 결과에 따라 파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16일 동안 화물연대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지난달 24일 화물연대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했다. 물류 운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시멘트, 철강재, 석유, 컨테이너 등 산업현장으로 가야할 물류가 제자리에서 멈췄다. 시멘트와 철강재 공장에는 재고가 쌓이고, 항만 컨테이너 야드에는 컨테이너가 탑처럼 쌓였다. 유류를 공급받지 못해 ‘재고 소진’ 푯말을 내건 주유소가 등장했다.

 

가장 먼저 피해를 본 것은 역시 건설현장이었다. 철근, 형강 등 철강자재와 시멘트, 레미콘 등 기초자재를 공급받지 못했다. 시멘트 재고가 소진된 레미콘 공장에서는 믹서트럭이 멈춰 섰다. 건설사는 정해진 공정에 따라 기자재를 투입해 시공주와 약속한 날까지 공사를 완성해야 한다. 기한 내에 시설을 완공해 인도하지 않으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한다. 건설업은 ‘시간이 돈이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신자재가 개발되고는 있지만 기초자재 없이는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다. 둔춘주공 재건축 등 대량의 자재가 투입되는 건설현장에서는 공사가 하루만 지연돼도 수십억 원대의 손실이 발생한다.

 

정부의 강경기조는 꺾이지 않았다. 두 차례에 걸쳐 업무복귀명령을 발동했다. 1차로 시멘트 운송분야에 대해 지난 일 복귀명령을 발동했다. 이후 시멘트 운송량이 늘어나면서 레미콘 공장과 건설현장에 조금씩 숨통이 틔었다.

 

정부는 화물연대운송거부 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수차례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원칙을 앞세워 화물연대를 압박했다. 관계부처 차관들 역시 현장을 찾아가 산업계 관계자를 격려하고 화물연대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법 적용을 강조했다.

 

특히 국토부 원 장관은 도드라진 행보를 보였다. 원 장관은 부산항만, 포항 포스코 등 산업현장을 직접 찾아가 화물연대 및 산업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는 화물연대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업무복귀를 종용했다. 원 장관은 9일에도 인천시 공동주택 건설현장을 찾아 자재수급과 공사현장 피해현황을 점검하고, 건설노조를 향해 “동조파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그는 “업무방해, 금품 요구 등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대처해 진정한 노사법치주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그러면서 건설업계에 대해서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 발생시 유관기관에 즉시 신고해 달라”며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건설업계가 집단 성명을 냈다. 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 등 건설관련단체들로 구성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업계의 피해보전을 위해 화물연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등 노조의 기세에 눌려 그동안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건설업계가 비교적 강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기도 하거니와 현장의 인내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의 원칙적인 대응과 산업계의 반발 때문일까. 아니면 싸늘하게 식은 여론 탓일까.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많았다. 유연하지 못한 투쟁정책은 정부의 강경반응을 유발하고 산업계로부터는 강한 반발을 샀다. 또 국민들로부터는 신뢰를 잃었다. 일상을 위협받는 시위에 국민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와 화물연대의 대화다. 안전운임제가 핵심과제가 될 것이다. 법과 원칙을 내세우는 정부와 안전운임제 영구화를 요구하는 화물연대기 강대 강으로 부딪칠 것인지, 말 그대로 대화와 타협으로 마무리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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