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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7주년...[기획] 대혼돈의 자재시장, 출구가 안 보인다

전쟁·고금리·가격폭등·부도공포 ‘악재의 늪’서 허우적
공급-수요자 간 신뢰 훼손...불안감 건설업계로 번져
레고랜드發 ‘도미노 不渡說’ 등 곳곳이 지뢰밭
끊임없는 가격 줄다리기에 극단적 ‘조업중단’ 선언도

전병수 대기자 | 기사입력 2022/10/27 [14:30]

창간 17주년...[기획] 대혼돈의 자재시장, 출구가 안 보인다

전쟁·고금리·가격폭등·부도공포 ‘악재의 늪’서 허우적
공급-수요자 간 신뢰 훼손...불안감 건설업계로 번져
레고랜드發 ‘도미노 不渡說’ 등 곳곳이 지뢰밭
끊임없는 가격 줄다리기에 극단적 ‘조업중단’ 선언도

전병수 대기자 | 입력 : 2022/10/27 [14:30]

 

 

[국토매일=전병수 대기자] 건설자재시장이 대혼돈에 빠졌다. 시멘트, 레미콘, 철근, 고강도 콘크리트(PHC)파일 등 기초자재는 물론 내·외장 마감재에 이르기까지 자재시장이 공포 속에서 균형을 잃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코로나19, 달러강세, 유연탄 가격 상승 등 외생적 요인과 금리상승, 노조 리스크,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제품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특히 기초자재 시장은 가격 인상을 놓고 공급자와 수요자간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다. 출하중단 같은 엄포들이 오가며 수급자간 신뢰마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런 자재 시장의 불안은 고스란히 건설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적기에 자재를 공급받지 못하는 건설현장이 속출하면서 일부 건설사의 경우 지체상금까지 물고 있는 형편이다. 부동산 가격의 급락과 레고랜드발 불안이 건설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건설사의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자재시장을 포함한 범건설업계에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는 언제쯤 걷혀질까. 시멘트, 레미콘, 철근 등 기초자재 시장을 현상을 짚어보고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일본 자재시장 동향을 알아본다. <편집자>

 

美 연준의 잇단 빅 스텝에 국내 자재시장 패닉

1달러=1500원 목전…자재社 상승분 흡수에 한계

파월 의장 추가 금리인상 공언에 불안감 전방위 확산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의 잇단 빅 스텝에 국내 자재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정점을 찍고 있다. 

 

연준 파월의장은 앞으로도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당분간 빅 스텝의 스탠스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역시 환율방어를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입장이다. 이미 연준의 금리인상을 좇아 빅 스텝을 밟았다. 파월이 추가 금리인상을 공언한 만큼 한은의 행보도 연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두 나라는 유연탄, 고철 등 기초자재의 연료와 원자재를 공급하는 국가이다. 전쟁 탓으로 유연탄과 고철 수입이 끊어지다시피 했다. 

 

환율 인상과 원부자재 수급불안의 여파는 건설자재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철강 및 시멘트·레미콘업체들이 제품가격을 수요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시멘트업체와 철강업체들이 잇달아 제품 출하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원가상승분을 흡수하는 데는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기초자재업계의 주장이다.

 

 

 

시멘트 값 ‘올린다’ VS ‘못 올린다’ 아직도 대립 중

 

레미콘업계 “1년에 두 번씩이나...조업중단도 불사”

“팔수록 손해, 인상시점 내년 1월로 연기해 달라”

 

시멘트업계 “유연탄 가격 폭등해 출하가 인상 불가피”

삼표 성신 한일 한일현대 아세아 11월 인상 고수

쌍용 한라 등은 유연한 입장... 수요업체, 혼돈 속으로

 

연초 시작된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의 대립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시멘트업체들이 판매가격을 t당 1만1000~1만4000원 가량 올렸다. 레미콘사와 건설사에 공급하는 시멘트 가격을 t당 9만2000~3000원 선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지속되고 금리는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외견상 추가 인상의 여지는 남아 있었던 셈이다.

 

이후 삼표, 성신양회, 한일, 한일현대, 한라, 쌍용C&E 등 시멘트사들은 9월에 10~15% 재인상한다고 수요자에 통보했다. 업체별로 t당 1만3000원 안팎 올리기로 한 것.  

 

시멘트업계가 주장하는 가격인상의 주요인은 국제 유연탄 가격 급등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주요 수입품인 러시아산 유연탄 수입이 중단됐다. 또 다른 유연탄 생산국인 호주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홍수로 인해 광산의 생산량이 줄고 있다. 당연히 가격은 폭등했다. 주요 유연탄 생산국의 생산과 공급이 급감하자 국제 유연탄 시세는 이미 t당 400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130 달러 수준에서 3배 가까이 급등했다. 유연탄은 시멘트 생산원가의 30% 가량을 차지한다. 가격이 높을수록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는 구조로 돼있다.

 

 

시멘트 최대 수요자인 레미콘업계가 반발했다. 연중 두 번씩이나 가격을 올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10월 20일 조업중단을 예고하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레미콘업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시멘트업계와의 협상에 나섰다. 비대위는 인상시점을 내년 3월로 연기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시멘트업계는 9월 인상에서 11월 인상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레미콘업계의 요구에 일단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C&E와 한라시멘트가 수요업계의 요구를 반영, 인상시점을 내년 1월로 늦추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자 레미콘 비대위는 지난 20일로 예정했던 조업중단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업체를 제외한 삼표, 성신, 한일, 한일현대, 아세아 등은 여전히 11월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레미콘사와 건설사들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레미콘사들이 시멘트 가격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인상분을 레미콘 판매가에 반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내달부터는 사실상 겨울철 비수기에 접어든다는 점도 작용했다.

 

현재 수도권에서 거래되는 레미콘 가격은 1㎥당 8만300원(25-24-150 규격 기준)이다. 여기서 시멘트 가격을 올려주고 인상분을 출하가격에 반영할 경우 1㎥당 9만원 수준까지 상향된다. 이렇게 되면 레미콘업계는 건설사들과 힘겨운 협상을 벌여야 한다. 더구나 레미콘의 원부자재인 골재, 플라이애시, 파우더 등의 가격도 들썩이고 있는 실정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사들의 상황은 수긍이 간다. 하지만 1년에 두 번이나 가격을 올려주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특히 중소 레미콘사의 상황은 더 어렵다. 부도 등 예측 불가능한 건설사의 리스크까지 떠안을 여력이 없다. 다시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철스크랩-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철강재 가격도 덩달아 뛰어

철근 유통가격은 이미 t당 100만원 훌쩍 넘어, 수입산 가격도 ‘들썩’

당분간 상승세 이어질 듯... 유통 의존도 높은 중소건설사 ‘죽을 맛’

 

철근 가격도 오르고 있다. 가을철 공사성수기라는 계절적인 요인에다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 가격과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철스크랩의 경우 지난 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8월초에는 38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그러다가 지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환율인상 등의 영향으로 지금은 t당 5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 여름만 해도 제강사들이 건설사에 공급하는 철근 가격은 t당 90만원(SD400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현재 제강사들은 이달 철근 가격을 t당 92만1000원 선에서 마감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가격은 t당 1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 봄 t당 120만원까지 올랐던 유통가격은 5월부터 하락하기 시작, 8월에는 95만원 선까지 내려앉았다. 그러다가 제강사들의 건설사 공급용 제품의 가격 인상, 건설 성수기 등의 영향을 받아 다시 100만원을 돌파한 것.

 

이런 상황에서 수입 철근 가격도 오르고 있다. 이미 이달에는 t당 95만원을 넘어섰다. 머지않아 100만원을 넘어서거나 근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철강업계는 철근가격의 상승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내달에 5만원 안팎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경우 유통사들은 물건을 팔기 보다는 쌓아 놓기에 집중한다. 유통업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소건설사 또는 영세건설사의 철근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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