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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발등의 불 ‘깡통전세’

전병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09/23 [15:12]

[칼럼] 발등의 불 ‘깡통전세’

전병수 논설위원 | 입력 : 2022/09/23 [15:12]

▲ 전병수 논설위원     ©국토매일

폭풍전야다. 깡통전세 이야기다. 주택시장이 금리인상에 따른 매매절벽에 가로막히면서 급속도로 가라앉고 있다. 매매가격은 ‘신저가’가 속출하며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위험하기 그지없다. 이런 가운데 깡통전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관리의 사각지대에서는 깡통전세 사기꾼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깡통전세는 서민들의 문제다. 여기에는 ‘영혼’까지 끌어다 넣은 사람도 많다. 그만큼 휘발성이 강하다.

 

깡통전세란 보증금이나 담보대출이 주택가격보다 높거나 비슷하게 책정된 것을 말한다. 한 마디로 전세가율이 높다는 뜻이다. 이런 주택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국내 주택 임대시장은 계약기간이 끝났을 때 임대인이 새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구 임차인에게 돌려주는 ‘돌려 막기’ 방식의 허약한 구조로 돼있다. 임대인이 제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깡통전세는 주로 신축빌라에서 많이 발생한다. 시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시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은 평균 84.5%다. 자치구별로는 강서구 96.7%, 금천구 92.8%, 양천구 92.6%, 관악구 89.7% 등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은 주택 시세의 60~70% 정도가 가장 적당한 선으로 보고 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이들 지역은 위험수위를 넘었다. 주택을 팔아도 대출금과 전세금을 회수하지 못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깡통전세 사기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사기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이 187건에 달했다. 전년보다 배나 늘었다. 수법도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다.

 

사기의 유형도 교묘하고 다양하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우선 신축빌라 건축주가 전세보증금을 매매시세와 같게 부풀려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을 한다. 이 경우 집값이 하락하면 빌라의 매매가 어렵게 된다. 만기 후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다가구 상가주택 등 집주인과 공인중개사가 짜고 건물 내 모든 호실을 전세로 만든 뒤 경매로 넘겨 세입자의 보증금을 편취하는 경우도 있다. 이중계약, 삼중계약으로 세입자의 보증금을 가로채거나 중개업자와 집주인이 짜고 압류나 경매 상황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집주인이 바뀌었는데 알고 보니 ‘바지사장’인 사례도 있다. 이 밖에 신탁 사기 등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갈수록 치밀하고 사각지대를 노린 변칙적인 방법들이 동원된다.

 

사기꾼들이 설쳐댈 환경은 더 좋아지고 있다. 미 연준의 빅 스텝에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아파트 거래가 두절되고 있다. 또 전세물건이 감소하면서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자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서민들은 빌라나 다세대주택 등으로 밀려나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다. 사기꾼들의 수법에 걸리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피해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설사 반환소송을 하더라도 경매까지 2년 정도의 기간이 걸리고 투입되는 비용도 감당하기가 힘들다. 더구나 사기꾼이 종적을 감추거나 부랑자 등의 명의를 도용하면 고소장이 송달조차도 되지 않는다.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 등기부등본 정도는 제대로 볼 수 있는 지식을 갖춰야 한다. 공부하면 된다. 아는 만큼은 지킬 수 있다. 평생 모은 재산을 지킨다고 생각하면 쉽다. 예컨대 전세가율이 70%가 넘는 집은 실거래가 시스템과 동네 중개업소 등을 통해 거듭 확인한다. 주변시세보다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주택, 시세가 형성돼있지 않은 신축빌라 등은 피하고 계약의 모든 절차는 녹음하고 기록한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항력을 확보해야 한다.

 

서울시가 피해방지를 위해 팔을 걷었다. 시는 금융지원 확대, 법률상담 매뉴얼 제공, 불법 중개행위 집중수사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민생사법경찰단은 허위매물 표시·광고, 무자격·무등록 불법중개 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사후대책이 많아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깡통전세 사기는 범죄다. 신축빌라 등은 수요자들이 가격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고,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노인층 등 서민약자를 울린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는 사기를 막을 수 있는 안전망을 보다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길목마다 막아서야 한다. 최소한 젊은이들이 끌어다 넣은 ‘영혼’만은 지켜줘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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