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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스텝 꼬인 GTX

전병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08/26 [17:58]

[칼럼] 스텝 꼬인 GTX

전병수 논설위원 | 입력 : 2022/08/26 [17:58]

▲ 전병수 논설위원     ©국토매일

[국토매일 전병수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광영급행철도(GTX)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윤 대통령이 직접 속도전을 주문할 정도로 관계부처를 다그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공사 입찰이 무산됐다. 천문학적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하지만 건설사들의 외면을 피하지 못했다. 공언했던 조기개통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

 

GTX가 윤 대통령의 핵심 교통사업 공약사항이란 점은 이미 알 사람은 다 안다.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조기개통과 노선 확장, 신설을 주장해왔다. 당선 이후에도 GTX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따라서 수도권 주민들은 대통령의 발언과 국토교통부의 관련 정책 발표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과 국토부가 그토록 의지를 불태웠지만 입찰에서 경쟁조차 성립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가.

 

참사는 지난 23일 벌어졌다. 이날은 GTX-B노선 재정사업 구간인 서울 용산~상봉간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를 마감하는 날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4개 공구 중 입찰요건을 갖춘 공구는 4공구 하나 뿐이었다. 한화건설과 KCC건설이 참여했다. 나머지 1,2,3공구는 1개 건설사만 참여해 경쟁이 성립되지 못했다. 이들 공구에는 각각 대우건설, DL이앤씨, 현대건설이 단독 응찰했다. 당연히 유찰이다. 

 

이에 따라 연내 사업자를 선정한 뒤 내년 하반기에는 착공에 들어간다는 GTX-B 노선의 당초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물론 관련법에 따라 입찰을 3차까지 집행해 그래도 유찰이 되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업비가 한두 푼도 아닌 수천억 원에 달하는 철도사업 시공자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입찰 집행자인 철도공단의 속이 타들어갈 만도 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GTX-A 노선에도 조기개통이 어렵다는 말들이 나온다. 대통령이 공사를 서둘러 2024년 6월까지 노선을 개통해 줄 것을 주문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통상적으로 지하 50m 이상의 대심도 터널공사를 할 경우 연간 공정률은 20% 남짓하다. 이런 진척률을 감안하면 현재 공정률이 40% 정도인 A노선의 조기개통은 사실상 어렵다. 물리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게다가 쏟아지는 각종 민원에다 무리한 시공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중대재해’도 도사리고 있다.

 

GTX가 대통령의 역점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왜 초반부터 꼬여가고 있는 걸까. 한번 짚어보자.  

 

우선 공사비가 턱없이 낮게 책정됐다. 시멘트, 레미콘 등 건설자재 가격이 자고나면 오를 정도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실제로 시멘트 1t, 레미콘 1㎥의 가격은 각각 10만 원을 넘보고 있다. 이는 국내만의 일은 아니다. 이웃 일본은 이미 오래 전에 이 수준을 넘어섰다. 상승한 자재 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건설사들이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다.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주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형공사 물량이 많으면 건설사들은 당연히 이를 반긴다. 하지만 GTX처럼 고난도의 기술과 고위험이 동반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건설사는 10여 개 사에 지나지 않는 게 국내 현실이다. 따라서 동시에 대형 공사를 발주해도 건설사들은 한꺼번에 다 가져갈 수가 없다. 현재의 건설업계 공사 수행능력으로는 공사기간이 겹치는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분산 발주가 이뤄져야 했었다. 일정기간을 두고 발주를 하는 게 맞는다. 일본에서는 ‘발주평준화’ 정책을 통해 대형사업은 가능한 한 충분한 틈을 두고 발주한다. 그래야 건설사는 물론 기자재업체들도 사전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대통령의 독촉에 밀려 무리하게 발주한 게 결국 유찰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건설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사업이다. 정책과의 괴리가 클수록 꼬이는 법이다. 건설공무원이나 발주기관 담당자들이 이를 모를 리는 없다. 돌관 작업으로 공사를 밀어붙이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이 났다. 정책의 세심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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