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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안전운임제 연장해도 고유가 따라 잡기 힘든 이유

화물차 시장 6.2%만 안전운임제 수혜…93.8% 적용 미대상

김영도 기자 | 기사입력 2022/06/27 [18:47]

화물차 안전운임제 연장해도 고유가 따라 잡기 힘든 이유

화물차 시장 6.2%만 안전운임제 수혜…93.8% 적용 미대상

김영도 기자 | 입력 : 2022/06/27 [18:47]

 

[국토매일=김영도 기자] 최근 고유가 상승으로 화물운송 사업 전반이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이달 7일 화물노동자들이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의 전 품목, 전 차종 확대를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달 7일부터 시작된 8일간의 화물연대 총파업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5차에 걸친 협상을 거듭한 끝에 14일 극적인 타결을 연출하면서 마무리가 됐지만 어느 것 하나 크게 달라진 것 없이 원점으로 회귀된 결과만 낳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13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산업 전반에 피해가 발생했다며, 업계 추산결과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7일부터 12일까지 총 1조 6천억 원 상당의 생산과 출하, 수출에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안전운임제 꼭 필요한가


 

운전자라면 고속도로에서 한 번쯤은 졸음운전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고속도로 휴게소나 졸음쉼터를 찾아 휴식을 취하며 안정을 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화물운전자도 그러할까? 화물운전자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무리하게 졸음운전을 감수하면서 운전을 하다보니 결국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안전운임제가 시행되기 전까지 과로와 과적, 과속 등 도로상의 위험 요소로 작용했다.

 

2019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화물차의 경우 8.81% 증가한 반면 일반차량 사고 사망자는 감소 추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청도 2018년 기준 화물차는 고속도로 통행량의 26.9%에 불과했지만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절반인 53.2%가 화물차 운전자였으며, 전체 교통사망사고에서 화물차 연관 건수는 75.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화물차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41.9%가 졸음운전이었고, 8.2%가 과속으로 나타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발생된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을 알 수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화물노동자들은 고액의 차량 할부금을 갚아가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며 “열악한 운임 수준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 화물운송 시장의 단면을 꼬집었다.

 

화물노동자들이 낮은 운임을 메우기 위해 운송횟수를 늘리거나, 화주의 운송시간 준수를 강요 받으면 과속과 과로는 일상이 되고, 을의 입장에서 화주의 비자발적인 과적 요구에도 응할 수밖에 없는 근로 환경이라는 것이다.

 

화물노동자의 일평균 근로시간은 컨테이너 화물노동자가 13시간, 시멘트(BCT) 화물노동자가 16시간으로 OECD 평균 노동시간의 두 배가 되는 차이를 보인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과속과 과로 및 차량 과적으로 인한 교통사고 저감을 위해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2020년부터 부분적으로 올해까지 시행할 방침이었고 시행초부터 성과에 따라 연장 및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행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위해 안전운임제 시행에 따른 안전 증진 효과를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안전운임연구단에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도출된 연구 결과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주요 성과로 보고하고 우선적으로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한 후 컨테이너 트레일러와 시멘트(BCT) 트레일러 외의 차종과 품목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뜨거운 감자가 된 안전운임제



화물연대는 정부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전 품목 확대, 고유가에 따른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및 화물운송사업 구조개혁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하지만 화물연대에 총파업의 책임을 전가하기에는 회피성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작년 3월 국토교통위원회에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상임위는 안전운임제 시행결과를 분석해 보고할 것을 주문받았다.

 

화물연대는 국토교통부가 연구용역을 실시해 결과물이 올해 1월 나왔지만 국토교통위원회에 공식적으로 보고 되지 않고 논의조차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물류산업과 박진홍 과장은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에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았을 뿐, 여야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보고하고 협조를 구해왔다”고 말한다.

 

그동안 국회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까지 연이어 겹치면서 선거 이후에도 인사청문회로 여야간 대립과 갈등의 폭이 커져 사실상 상임위 개회 일정 잡기도 어려운 상황까지 치달았고 현재까지도 상임위 구성 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국회가 민생을 뒤로 한 채 파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습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유가상승에 따른 국내 유가 인상으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높게 치솟자 대형 화물차주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이번 총파업의 트리거로 작동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8일간의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달라진 것은 안전운임제의 폐지와 연장에 대한 경계선에서 결정의 모호성을 좀 더 구체화시켰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보고 되지 않은 현재에서 2기 상임위가 구성된다고 해도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 아직까지 미지수이고, 화물연대가 요구해 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전 차종ㆍ전 품목 확대 주장에서 크게 진전되거나 확정된 것은 아직까지 어느 것 하나 의미있게 확정되거나 진전된 것이 없다.

 


화물연대 vs 화주단체, 안전운임제 놓고 팽팽한 공방



화물연대의 총파업 이후 대척점에 놓여 있는 화물노동자나 화주협의회 모두 안전운임제 연장과 폐지를 놓고 서로 손해보지 않겠다는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중간에서 팔짱 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매우 난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화주협의회는 안전운임제로 인한 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올해 일몰제가 이행되기를 희망하는 반면, 화물연대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커지고 있어 화물 운임제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상호 상반된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화주협의회가 지난 10일 교통연구원 자료를 인용한 입장 자료에 따르면 50km 이하의 단거리를 기준으로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운임 상승폭이 40.2~42.6%나 되고 다양한 할증 품목별로 40~72% 운임비가 올랐다며 안전운임제의 당위성을 무력화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기업 물류비 가운데 도로운송비용을 차지하는 비중이 대기업 61.8%, 중소기업 86.5%로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으며, 도로운송비용이 10% 오르면 기업 이익은 0.34% 줄고 30% 인상되면 1%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화물노조는 안전운임 제도 도입 이후인 2021년 1.93%, 2022년 1.57% 증가한 반면 물가인상률은 2021년 2.5%, 2022년 5.4%로 안전운임 인상률보다 낮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1월 운송료 고정원가와 변동원가를 반영해 화물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합의로 고시된 안전운임 인상률은 수출입 컨테이너 안전운송운임이 1.68%, 안전위탁운임은 1.57%, 시멘트 운송 화물차(BCT)의 안전운송운임은 2.67%, 안전위탁운임은 2.66% 각각 인상됐다. 

 

다만, 환적화물 운임은 동결되고 항만 배후단지 운임은 1.5% 인상하는 것으로 확정지었다.

 

화주단체나 화물연대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주장하고 있다 보니 안전운임제 인상폭이 달라 보일 수밖에 없는데 단거리와 중거리, 장거리 등 운송거리와 구간별 도로가 일반도로인지, 고속도로인지 운송 환경 등을 면밀히 고려해 상승폭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화주협의회는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2020년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부상자 건수가 전년도 대비 2.3%와 8.2%로 저감됐지만 사망자 건수는 19% 증가했다며 안전운임제의 의미를 축소하면서 안전운임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상생운임제'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고유가 시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 오피넷이 발표한 6월 3주 정유사 휘발유ㆍ경유 공급가격  © 국토매일

 

현재 안전운임제는 수출입 컨테이터 화물차와 시멘트 운송용 차량(BCT)에 적용되고 있지만 그 외 화물차들은 안전운임제와 전혀 상관없는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유가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화물차주가 떠안을 수밖에 없어 전 차종, 전 품목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전 차종, 전 품목 확대 보다 안전운임제 연장에 맞추어 협의가 우선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제도권 밖에 있는 전 차종ㆍ전 품목에 대한 안전운임제 적용은 계속해 논의해 나간다는 방침이어서 실현하기에는 아직까지 요원해 보인다.

 

현재 전국 화물차주는 약 42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수출입 컨테이터 화물차와 시멘트 운송용 차량(BCT)을 운전하는 화물차주는 6.2%인 2만 6천여 명인 일부다.

 

반면 93.8%가 안전운임제 미적용 대상으로 고유가로 인한 부담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유가 급등으로 인한 화물운전자의 유류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영업용 화물운전자에게 지급하는 유가보조금에 더해 지난 5월부터 별도로 유가연동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6월부터는 지원금액과 지급기한도 확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정책 대안이 더 절실하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기준으로 조사된 화물운송시장동향 연간보고서를 보면 안전운임제가 적용되지 않는 일반화물 운전자의 월평균 수입은 평균 1005만 원으로 전년 대비 66만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5만 원의 수입에서 유가보조금의 환급액이 반영된 유류비 279만 1천 원과 차량할부금 66만 5천 원, 통행료 51만 6천 원, 수리비 및 기타 지출액 49만 8천 원, 주선료 37만 7천 원 등을 제외하면 순수입은 약 378만 원이다.

 

지난해 평균 유류비가 리터당 1391원으로 2020년 대비 16.9% 상승하고 현재 2천 원대를 돌파한 상황에서 유류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화물운임제가 현실화 되지 않는다면 고유가로 인한 물류 운송시장에 대혼란을 가져오는 최악의 사태가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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