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기획] 철도차량 기술중심 입찰제, 산업 상생ㆍ글로벌 경쟁력 확보 필요

√ 세계 철도시장 급변, 제작사 중심 기술제안 입찰제도 필요
√ 해외 표적된 韓철도, 정부 주도 자국보호정책ㆍ산업 협력방안 모색할 때
√ 세계적 '1사 1국' 정책, 국가전략산업 육성 주장

박재민 기자 | 기사입력 2021/12/10 [10:28]

[기획] 철도차량 기술중심 입찰제, 산업 상생ㆍ글로벌 경쟁력 확보 필요

√ 세계 철도시장 급변, 제작사 중심 기술제안 입찰제도 필요
√ 해외 표적된 韓철도, 정부 주도 자국보호정책ㆍ산업 협력방안 모색할 때
√ 세계적 '1사 1국' 정책, 국가전략산업 육성 주장

박재민 기자 | 입력 : 2021/12/10 [10:28]

▲ KTX-이음(좌측) 열차와 2호선 전동차 (우측) (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 국토매일

 

[국토매일=박재민 철도경제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4호선ㆍ수인분당선 노후전동차 교체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술평가 비중을 높인 협상에 의한 입찰제 도입을 놓고 제작3사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철도 전문가들은 차량 제작사를 선정하는 방식을 기술 평가 중심으로 확대해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산업 보호 정책'과 '해외시장 진출 협의체'와 같은 산업 육성 방안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세계 추세 중 하나인 '1사 1국' 정책도 국내에 적용하고 국가 주요 전략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 제작 3사 경쟁체제에서는 아무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고, 오히려 자국 철도 산업이 악화되고 해외에 종속돼 관련 국내 기업이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경고다.

 


해외시장의 급변…현 국내 입찰제도, 기술 변별력 떨어져


 

국내 철도차량 시장에도 기술 중심 입찰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급변하는 해외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첫걸음이기도하다. 예컨대, 유럽은 탄소중립 정책 일환으로 철도를 내세우면서 차량 제작사를 선정할 때 기술력 뿐만 아니라 친환경 분야까지 확대해 평가하고 있다.

 

또한 차량만 구매하는 국내 조달사업과 달리 해외는 유지보수 권한을 비롯해 인프라ㆍ시스템 등까지 통합 발주하는 턴키(T/K)사업 방식이 대세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부족한 신흥 개발국은 민관협력사업(PPP)으로 철도 사업을 진행한다. 이때 발주처는 설계ㆍ기술 등을 종합 평가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 캐롤라인대학 채일권 교수 © 국토매일

미국 캐롤라인대학 채일권 교수는 "기술 중심 입찰제도도 좋지만, 아무리 기술력만 높여봐야 해외로 진출하지 못하면 산업이 갈라파고스화된다"며 "최근 해외는 친환경과 관련된 내용도 평가하고 있어 기술장벽을 더욱 높이는 추세고 차량뿐만 아니라 관련 시스템도 통합한 턴키 발주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차별화된 기술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지에 맞는 철도사업 파트너링 전략으로 글로벌 파이낸싱을 활용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철도 운영사는 해외처럼 기술중심 종합평가를 시행하지 않고 2단계 평가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1단계에서 기술평가를 진행해 사업 적격자를 선정하고 2단계에서 가격을 개찰한다. 사전에 적격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능력이 부족한 업체의 수주를 원천 차단할 수 있지만 국내 철도차량 제작3사는 1단계 기술평가에서 탈락한 적이 없어 가격에서 모든 당락이 결정됐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기술 변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발주처 입김도 한몫 작용한다. 발주처는 입찰공고를 게시하기 전, 사전에 규격서를 공개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의견 및 요구사항을 제시하지만 발주처는 대다수 의견을 반영을 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형식에 그치고 만다.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김기환 수석연구원 © 국토매일

이 같은 발주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김기환 수석연구원은 "발주처의 권한을 줄이고 역으로 제작사가 기술을 제안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틀에 맞춰진 규격서가 아닌 제작사만의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기환 수석연구원은 "해외에는 단순하게 제작사가 기술을 제안하고 발주처가 평가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국내에서도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이 계속해서 도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동안 국내 발주처에서 사용한 규격서 방식은 옛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 세계 각국 자국 철도산업 보호 장벽 현황 © 국토매일

 


韓철도, 자국산업 보호정책 '전무'…정부 주도 협력방안 필요


 

국내 철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강력한 보호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산업 보호정책은 외국 기술 유입을 막기 위해 진입장벽을 세우고 자국 기업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 국부창출과 고용확대 등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보호정책을 잘 활용한다면 해외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얻는 견인차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어서 해외 제작사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이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핵심부품 등 자체 기술력이 부족하면 자칫 철도기술이 해외에 종속될 우려가 있고 결국 유지보수 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원인이 된다.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구정서 교수 © 국토매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구정서 교수는 "외국기업이 국내 철도시장에 활발히 들어온다면 사후관리나 부품이 해당 국가에 종속되기 때문에 유지보수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며 "상호주의 원칙을 통해 우리나라도 보호무역을 취하고 중국 같은 외국기업을 원천 차단하면 되지만 정부는 무역협정에서 개방을 원칙으로 내세운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해외시장은 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에 보호무역 조항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현지 생산이나 자국 생산 부품 사용율을 높이는 등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추세로 해외 기술이 자국 산업에 종속되지 않도록 보호하면서 연구개발에 투자해 기술력을 특화시킨다.

 

예컨대, 미국은 자국산 제품 구매를 원칙으로 하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제도를 비롯해 최종 조립은 현지에서 제작하도록 규제하고 중국은 자국부품을 계약가의 70%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우크라이나는 현지 생산 조건을 제시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정종덕 철도시험인증센터장은 "해외는 철도산업에 강력한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세우고 있는데 국내 철도시장에서도 이 같은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정부가 국내 철도의 자생력과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을 통해 해외 철도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우송대학교 이용상 교수     © 국토매일

이와 함께, 정부가 국내 철도시장을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우송대학교 이용상 교수는 "예컨대, 일본은 해외철도기술협력회가 창구 역할을 하면서 히타치나 닛폰차량제조 등이 서로가 코워크(Co-work)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우리도 한국철도를 대표하는 협단체가 주관하여 철도산업 협력체계 구축 등을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전략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후시장 좁은 K-철도, 제작3사 체제 부작용 많아


 

해외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한국 철도시장에 제작 3사가 '제로섬 게임'을 지속한다면 결국 시장이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국내 좁은시장에서 철도차량 제작사가 3곳이나 있어 벌써부터 과열 양상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철도차량 제작사를 하나로 통합하고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실정인 반면 국내 철도시장은 차량 제작사가 세 곳이나 있어 기술 투자보다는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모양새다.

 

통합의 물결은 중국에 맞서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히는데 지난 2015년 일본 히타치는 이탈리아 알산도를 인수했으며 스위스 스태들러는 독일 보슬로와 합병했다. 올해는 알스톰이 봄바르디어 철도 분야를 품에 안아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이와는 반대로 국내 철도차량 시장은 되려 몸집을 쪼개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 IMF 금융위기때 경제개편 일환으로 철도차량 제작3사(대우중공업ㆍ한진중공업ㆍ현대정공)가 '한국철도차량'으로 통합됐고 이는 오늘날 현대로템으로 바뀌어 약 15년간 독점체제로 이어졌다.

 

이후 2015년에 제2의 전동차 제작업체가 등장했고 당시 서울메트로 2호선 전동차를 신규업체 '다원시스'가 수주하면서 경쟁시장에 불을 당겼다.

 

▲ 사회공공연구원 박흥수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 © 국토매일

문제는 한국 철도시장은 중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것에 기이한다. 배후시장이 넓지 않아 경쟁이 성립되기 어려운 시장 구조에서 국내 제작 3사 체제는 치킨게임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사회공공연구원 박흥수 철도정책 객원 연구원은 "선진국들은 철도를 주요 전략 산업으로 보고 제작사를 하나로 통합해 큰 시너지를 내려고 하지만 국내는 오히려 제작사가 2곳 더 늘어난 형국"이라며 "문제는 신규 제작사가 낮은 단가로 수주하다 보니 중국산 부품이 늘어났고 자체 기술력이나 제작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어 비판했다.

 

그는 또 "다만 독점 시장에선 가격 폭리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정부의 적절한 가격 컨트롤이 필요하다"며 "경쟁의 효율성만 관철하기보다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철도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 호남고속 1단계 구간 김제 인근(=국가철도공단 홈페이지,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 국토매일

 

공통적으로 전문가들은 '입찰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산업 육성방안과 이를 통해 기술을 특화시킨 해외 진출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시 말해 기술만 중시하는 제도는 자칫하면 정책이 일변도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중장기적인 철도방안과 정부 및 산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구나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우송대학교 이용상 교수는 "입찰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이후에 한국 철도산업을 발전하는 방안을 그려나가야 한다"며 "단순히 입찰제도만 바꾸는 것은 단편적인 부분만 관철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철도인 모두가 머리를 맞대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같이 내수 규모가 크지 않는 '수출 의존형' 시장에서는 해외시장에 맞춰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는 주장도 우세하다.

 

해외에서 철도 중심 교통체계로 발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에 의존하는 시장이다 보니 이에 대한 대응책 또한 미지근하다는 것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김기환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철도차량의 주요 고객이 관(官)이다 보니 변화나 혁신에 민감하지 않다"며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현시점에 철도 산업이 정체되고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본 기사는 철도경제신문 2021년 12월 9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철도, 철도차량, 기술중심입찰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