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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조선산업의 미래, 국제 환경규제 파도 넘는 친환경 선박에 주목해야

강희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친환경연료추진연구본부장

이형근 기자 | 기사입력 2021/11/02 [09:41]

[전문가 기고] 조선산업의 미래, 국제 환경규제 파도 넘는 친환경 선박에 주목해야

강희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친환경연료추진연구본부장

이형근 기자 | 입력 : 2021/11/02 [09:41]

▲ 강희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친환경연료추진연구본부 본부장     ©국토매일

[국토매일=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친환경연료추진연구본부장 강희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수출입 화물은 99.7%가 선박을 통해 운송되고 있다.

일반 국민에게 조선산업이 조금 낯설 수 있겠으나 이미 우리 삶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조선산업은 대양을 항해하며 UN산하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국제해사법의 적용을 받는 국제항행 대형선박과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 중소 연안선박 산업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우리 조선산업은 90년대 말 세계 1위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 이래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와 환율급등, KIKO 사태로 수많은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 업체, 설계회사가 도산하는 위기를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았던 대형조선소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었다. 

  

2014년까지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에 따른 해양플랜트산업의 호황, 배럴당 100불이 넘는 고유가에 따라 에너지 효율이 높은 대형선박에 대한 신규 발주로 호황을 누린 대형조선소는 쉐일가스 개발에 따른 유가급락과 중국 등 후발국가와의 가격 경쟁으로 2015년 이후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어야 했다.

기술적 수월성에 대한 자부심과 장기간의 호황으로 시장환경 변화에 대해 낙관적이고 안이했던 대응은 유가급락과 같은 대외 환경 변화로 산업 전반이 급속히 침체되고 말았다.

  

2015년 20만 명에 달했던 조선산업 종사자는 2019년 40%에 해당하는 8만 명 이상이 감소하였으며 지자체에 집중된 조선산업의 어려움은 지역의 고용 감소와 경기 침체로 이어져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론의 근거를 제공하는 참담한 상황까지 내몰리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적인 환경규제는 우리 조선산업의 새로운 위기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 

  

IMO가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을 50% 이상 감축하기로 하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규제 대응 기술의 개발과 실용화는 조선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물론 산업 자체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현안이 되었다. 

  

그동안 중유나 경유 같은 선박 연료와 추진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운항 효율 관점에서 질소ㆍ황 산화물과 미세먼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적용하던 효율향상 기술만으로는 더 이상 규제 대응에 충분하지 않게 되었다. 

  

대표적인 친환경 기술이자 우리 조선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박도 온실가스 저감 측면에서는 20% 내외의 효과 밖에 거둘 수 없어 규제 대응을 위해 선박의 연료를 무탄소연료인 수소나 암모니아로 대체해 나가거나 추진시스템을 육상의 자동차처럼 전기추진 방식으로 전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환경규제 대응이 가능한 친환경선박 개발을 위해 대형조선소는 핵심기술을 보유한 국외 기술사와 협력관계 구축을 활발히 추진 중이나 LNG 운송선박을 개발하면서 핵심기술을 프랑스 GTT사에 의존하며 과도한 기술료를 지불했던 사례에서처럼 자체적인 기술개발 없이는 새롭게 형성되는 친환경선박 시장의 기회를 우리 산업의 발전과 고용 증대로 연결할 수 없다. 

  

장기간의 불황으로 자체적인 기술개발 능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핵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정부출연연구소나 대학의 지원이 필요하다.

제도적 근거가 미비한 신기술을 시험평가할 수 있는 기반도 새로이 구축되어야 하며, 수출과 실용화에 필수적이나 수십억원 이상의 비용과 수 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어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운용실적(Track Record) 확보 과정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도 요구된다.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실증 과정에서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용화 근거가 되는 법제도를 개선하고 세계 시장에 진입을 위한 국제 표준화를 지원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적으로 친환경선박 기술이 연안항로와 중소형선박을 통해 성능과 신뢰성, 안전성을 검증한 후 대형선박에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추세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선박용 배터리나 연료전지, 전기추진 기술은 물론 수소나 암모니아를 기존 화석연료와 함께 연소하는 친환경 기술은 중소규모의 연안선박에서 실증 후 병렬화, 고출력화를 통해 대형선박에 적용될 수 있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참여가 가능한 동시에 그동한 별개의 산업과 시장으로 여겨진 중소형 연안선박과 수출중심의 대형선박을 연결할 수 있다.

  

이러한 친환경선박 기술의 특성에 주목한 우리정부는 국제적인 환경규제 대응과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산업계의 목소리를 담아 2020년 ‘친환경선박법’이라 불리우는 ‘환경 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올해 초에는 세부적인 시행 계획을 담은 기본계획을 마련하여 6월 말 2540억 원 규모의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기술 개발 사업‘ 예타사업을 통과시키는 등 발 빠르게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선박 핵심기술을 선별하여 우리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함께 개발하고 기술의 실용화 과정에 법제도 개선과 표준화를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서남해안권역의 연안선박 산업과 부산, 울산, 경남 중심의 대형 조선산업이 함께 발전 가능한 미래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수소나 암모니아, 배터리와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하고 전기추진시스템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ㆍ학ㆍ연의 연구개발 과정이 정부의 규제 개혁, 법제도 개선과 반드시 연결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선박 개발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핵심기술 개발을, 해양수산부는 개발 기술의 실증과 표준화, 법제도 개선을 맡고 중소기업부는 특구 지정을 통해 법적 근거가 없는 신기술의 실용화를 지원하고 있다.

조선해양분야의 유일 정부출연연구소(국책연구소)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개발한 친환경선박 기술을 함께 진행하고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시험평가와 수출에 요구되는 운용실적(Track Record)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3천 톤 규모의 친환경선박 핵심기술 실증을 위한 해상테스트베드 선박과 육상 시험평가 기반을 구축 중이다. 

  

산ㆍ학ㆍ연ㆍ관이 함께 협력하여 기술개발과 실용화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친환경선박 신산업 생태계가 구축되는 과정으로 선진국 기술을 추격하던 기존의 조선산업이 친환경선박 개발 과정을 통해 신기술 개발과 세계시장 선도라는 새로운 조선산업 모델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환경규제라는 위기를 새로운 바람으로 삼아 미래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튼튼한 돛을 올리는 계기가 되어 우리 친환경 선박과 기술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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