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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노가다’에서 ‘토건족’으로

전병수 본지 논설위원

전병수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1/10/19 [18:55]

[칼럼]‘노가다’에서 ‘토건족’으로

전병수 본지 논설위원

전병수 객원기자 | 입력 : 2021/10/19 [18:55]

▲ 전병수 논설위원     ©국토매일

[국토매일=전병수 논설위원] 토건족(土建族)을 아는가. 2000년대 들어 대한민국 땅에 나타난 새로운 부족이다. 이 부족은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로부터 뭇매를 맞다가 선거가 끝나면 만신창이가 된 채 겨우 몸을 추스른다.

 

그러다가 다시 선거철이 다가오면 스러진 듯했던 토건족은 정치인들의 매감이 된다. 지금이 그러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한창 몽둥이찜질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건설현장을 가보면 ‘노가다’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원래 노가다라는 말은 일본 말 도카다(土方)에서 유래됐다. 광산노동자들을 일컫던 말이었다.

 

이 말이 건설근로자들을 지칭하는 말로 바뀌었다. 바뀌는 과정에서 건설근로자를 얕잡아보거나 폄훼하는 말로 변질됐다. 말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정부패, 뇌물, 사고 등의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확산되면서 주홍글씨가 되었다. 건설근로자를 넘어 건설사를 비하하는 언어로 고착됐다.

 

토건족은 이 같은 노가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덮어쓰고 강제로 태어났다. 정치인들에 의해서. 17대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던 때 현대건설 CEO 출신의 이명박 당시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면서부터다. 상대진영의 집요한 공격에 건설인은 토건족, 토건족은 나쁘다는 프레임이 완성됐다.

 

당선 후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4대강 사업은 토건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토양이 됐다. 대한민국에서 토건족이 탄생한 유래다.

 

토건이란 토목과 건축을 가리키는 말이다. 건설이다. 여기에다 무리라는 뜻의 ‘족(族)’자를 갖다 붙였다. 그대로 해석하면 건설인들을 지칭하는 말이 된다.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다 토건족인 셈이다.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삼성전자나 LG전자, SK하이닉스의 임직원과 이들 회사의 협력사들은 ‘전자족’ 또는 ‘반도체족’이 된다. 또 K-Water나 상수도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물 부족’, 가스공사나 가스관련 산업 종사자는 ‘가스족’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게 부르는 정치인은 한 사람도 없다. 토건족이라는 기가 막힌 먹잇감이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건설 산업에 종사하는 건설인 즉 토건족은 억울하다. 지금 온 나라를 뒤집어놓고 있는 대장동 사건만 해도 그렇다. 여기에 순수 토건족인 건설사나 건설인들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이들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계약된 금액을 받고 단순하게 시공만 했을 뿐이다. 누구와도 결탁하지 않았다. 건설사나 건설인들이 부당하게 참여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일이 없다는 말이다.

 

대장동 사건에 등장하는 면면들을 살펴보자. 우선 성남도시개발공사,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시중은행, 증권사, 보험사, 법조인, 언론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 시행사인 ‘성남의 뜰’ 주주 명단에도 건설사는 없다. 화천대유, 성남도시개발공사, 하나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동양생명, 하나자산신탁, SK증권 등의 이름이 있을 뿐이다. 토건족이 억울하게 엮여 매도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건설사와 건설인들은 아수라 정치판에 걸려들어 부정과 부패의 대명사로 몰락했다. 순수 토건사업 과정에서 건설사나 건설인들이 부정행위로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거나 비리를 저질렀다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교도소로 보내거나 벌금을 물리는 등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더구나 건설산업과 관련된 법률만 하더라도 30개가 넘지 않는가. 잘못이 드러났을 때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차고도 넘친다.

 

정치인들이 건설이라는 한 산업을 송두리째 비리세력으로 낙인찍어 일반 국민과 떼어놓았다. 그런 후 막말과 선동으로 표를 구걸하고 있다. 여기에는 토건족으로 비하하고 모욕해서 얻는 표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훨씬 많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그 계산은 잘못된 계산이다.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국민이 200만 명이 넘고, 전후방산업을 포함한 범건설인의 수는 1000만 명이 넘는 까닭이다.

 

건설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인내심이 임계점을 넘기 시작했다. 비리의 주역이라는 온당치 못한 프레임을 당장 거두라고 외친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가 비리를 일삼는 토건족이라면, 국민을 속여먹는 당신들은 대체 무슨 족(族)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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