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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대재해법 정밀하게 보완하라

전병수 본지 논설위원

전병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8/31 [10:15]

[칼럼] 중대재해법 정밀하게 보완하라

전병수 본지 논설위원

전병수 논설위원 | 입력 : 2021/08/31 [10:15]

▲ 전병수 논설위원     ©국토매일

[국토매일=전병수 논설위원]중대재해기업법 시행령 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지난 23일로 끝이 났다.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시행 전까지는 예고기간 동안 수렴한 의견을 필요한 바탕으로 정부가 수정 및 보완을 하게 된다.

 

이 법안은 입법 초기단계부터 관련업계 및 법조계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과도한 처벌과 모호한 규정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건설업계는 건설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업계는 관련 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동시에 건설업계가 처한 상황과 특성을 감안해 줄 것을 요구했다.

 

법안의 핵심은 산업재해나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근로자 사망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산업안전보건법에 비해 강도가 세다. 다만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근로 50명 미만이 사업장과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공사에 대해서는 3년 유예기간을 뒀다.

 

문제는 모호한 규정이 많다는 데 있다. ‘경영책임자 등’으로 돼있는 처벌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적정 인력 예산 등에 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런 규정들은 고스란히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산업계의 우려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36개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가 시행령의 모호한 내용들을 명확히 규정해달라며 정부에 공동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의무, 책임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주는 안전보건 인력이 충실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돼있는 규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업주가 어떤 노력을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불명확한 규정 아래서 사업주는 사전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건설업계도 시행령의 규정을 명확히 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업계의 목소리를 담아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건협은 경영책임자의 정의가 모호하다며 명확한 예시를 제시하고 적정한 예산 등 애매한 규정도 구체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시공능력평가 순위 200위 이내 건설사들의 경우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두도록 한 것은 과하다며 이를 상위 50위 이내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협은 시평순위 50~200위 건설사의 경우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란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단기간에 안전보건을 전담하는 조직을 꾸리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50~200위 건설사들에게는 안전보건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 아닌 담당하는 조직을 두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중대재해법 시행령이 건설 산업의 특성을 도외시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중소건설사의 경우 대부분 현장 위주로 인력이 움직이고 있는데다 투자여력도 부족해 전담조직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장에 배치할 기술자를 확보하는 것조차 버거운데 전담조직을 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담조직 구성을 강제한다면 자칫 조직이 형식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있어 법 제정 취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행령에 명시된 ‘경영책임자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해석상의 차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건협은 따라서 가벌성의 확장을 방지하고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경영책임자의 정의를 ‘안전보건업무를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튼 내년 1월27일부터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시행에 들어간다. 공은 정부로 넘어갔고 정부가 어떤 조항을 어떻게 수정하고 보완할지는 모른다. 산업현장의 재해를 줄여야 한다는 명제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호한 규정과 강력한 처벌을 앞세운 시행령이 얼마만큼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산업별로 상이한 현장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산업계의 호소를 귀담아 들어 정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건설사 등 기업들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는 사고의 사전 예방뿐이다. 내부적으로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원칙과 절차를 확립하고 준법경영에 나서야 한다. 자칫하면 일 열심히 한 범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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