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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모듈러 건설, 산업차원의 전환 위한 종합적 정책 추진 필요

박희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박희대 부연구위원 | 기사입력 2021/08/09 [19:20]

[기고] 모듈러 건설, 산업차원의 전환 위한 종합적 정책 추진 필요

박희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박희대 부연구위원 | 입력 : 2021/08/09 [19:20]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희대 부연구위원. ©국토매일

[국토매일=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희대 부연구위원] 최근 건설 생산시스템의 혁신을 이끄는 다양한 스마트기술은 건설산업의 자동화와 디지털화 그리고 탈현장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건설 생산시스템의 패러다임 변화는 생산성 혁신에 그치지 않고 공급사슬의 변화와 건설사업 수행방식의 변화 등과 맞물려 새로운 건설 비즈니스의 창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모듈러 건설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더 잘 탈현장 건설(Off-Site Construction, OSC)방식은 우리 건설산업이 직면한 여러 문제점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데 OSC는 설계와 착공준비 및 시공단계에 공장 사전제작을 병행할 수 있어 공기 단축과 현장 투입인력의 감소 그리고 이에 따른 공사비 절감과 안전성 향상 및 폐기물 감소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숙련 건설기술자 부족 및 인건비 상승 현상에 직면했었던 미국을 비롯해 영국과 일본 및 호주 등 선진국 건설시장에서 OSC에 대한 관심과 적용이 증가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모듈러 건설은 건설상품으로 국한하기보다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조달과정 혁신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듈러 건설이 전통적인 현장시공 방식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생산환경이 통제된 공장에서 부재 및 부품을 생산함으로써 현장에서 나타나는 폭염과 미세먼지와 같은 기상ㆍ기후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공장 생산과 현장시공의 병행으로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설계비용의 증가를 비롯해 생산설비 투자와 사전제작 부품의 적재공간 마련 및 수송비 증가 등 사업비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인이 존재하기에 동일 생산설비의 반복 사용이나 모듈 등 사전제작 부품의 수송 및 설치 용이성 등에 따라 현장시공 방식 대비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동일한 설계 및 설비의 반복사용이 많고 공사기간 단축을 통한 운영 편익이 높은 아파트와 호텔 및 병원 등 건축물을 대상으로 적용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높아진 관심에 비해 국내 모듈러 건설시장 규모는 작을 뿐만 아니라 공공의 소규모 발주 물량에 의지하고 있다.

 

LH가 현재까지 7건의 모듈러 주택사업을 발주하였으며 SH와 GH도 행복주택의 일부를 모듈러 사업으로 발주하고 있다.

 

LH의 지난해 공공주택 공급물량 21만 호 중 모듈러 주택은 공공임대주택 709호뿐이었으며 올해 공급예정 규모는 908호(PC주택은 383호)에서 2200호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모듈러 제작기업 외에 GS건설을 비롯해 코오롱글로벌과 포스코건설 및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형시공사들의 연이은 모듈러 시장진입은 향후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시장의 성장을 예상하게 하지만 단기간 내에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보다 모듈러 등 OSC 적용이 활발한 해외 건설시장에서 OSC가 확산되어온 과정을 살펴보면 각국의 건설시장 여건 및 시장수요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데 크게 싱가포르나 영국과 같이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민간의 협력을 유인하는 공공 주도형과 미국, 일본과 같은 민간 주도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싱가포르와 영국은 OSC를 국가 차원의 건설산업 혁신전략으로 채택하고 공공발주사업의 OSC 활용을 일정비율 의무화하거나 중장기 발주계획 수립을 통해 장기적인 OSC 공급계획을 제시하는 등 공공이 OSC 확산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정부는 관련 전문인력의 육성을 필두로 연구개발과 생산부지 지원 및 사업단계 또는 공종별 가이드라인도 제공하고 있다.

 

반면 대표적인 민간주도형 시장인 미국은 단독주택과 호텔 및 오피스 빌딩 등 민간 부문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다수의 관련기업이 시장에 뛰어들고 모듈러 시공 전문기업이나 모듈러 건설 컨설턴트도 등장하는 등 다양한 OSC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미국과 유사한데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에 힘입어 OSC 기반을 형성하던 초기를 제외하면 민간협회가 일본 OSC 시장 성장의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민간시장의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현재 OSC 적용을 위한 법적 또는 제도적 기반 제공 등 정부의 제한적 지원하에 민간기업 역량과 시장의 수요에 따라 OSC 생태계가 형성돼 있는 양상이다.

 

우리 건설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산업 혁신을 위해서 모듈러 시장의 확대는 지향해야 할 방향의 하나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민간시장을 통한 발전 방향을 도입하기에는 모듈러 수요가 기술력이나 가격경쟁력 등 여러 이유로 아직 미흡하고 모듈러 사업의 발주 및 수행 경험이 부족한 우리 건설시장에서는 공공주도형 전환 전략이 적합하며 견실한 모듈러 건설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모듈러 건설을 포함한 OSC를 건설산업 혁신의 핵심 전략의 하나로 채택해 중장기적인 추진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년간 정부가 발표한 여러 건설 및 주택 관련 중장기 기본계획 및 연구개발계획이 모듈러 주택을 다루고 있으나 상호 연계성을 갖기보다는 중복성이 높은 양상이며 추진내용 또한 요소기술 개발과 시범사업 추진 등에 집중돼있다.

 

따라서 모듈러 건설 적용과 확산에 따른 발주제도를 비롯해 설계기준과 인허가 및 자격 또는 품질인증 등 제도적 기반 마련과 사업 수행방식 개선 등 산업차원의 전환과 생태계 육성의 관점에서 체계적인 정책방향 수립 및 추진이 필요하다.

 

공공부문은 중장기적인 모듈러 발주계획을 수립하고 시장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생산부지 및 공장제작시설에 대한 선투자를 필요로 하는 OSC의 특성상 모듈러 건설기업들은 향후 발주 또는 예상 수주물량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시설확보 및 기술개발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OSC 적용 확대를 위해 공공발주기관과 중앙정부의 중장기 발주계획을 수립함으로써 관련 기업들의 투자 및 기술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

 

LH나 SH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중장기 모듈러 발주계획이 수립될 경우 관련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기술력 향상을 위한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

 

모듈러 사업 및 참여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마련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 모듈러 주택은 RC방식과 비교해 공사비가 높아 사업성이 부족해 공공발주기관의 투자심의 통과가 어려운 실정이며 내화성능 개선 및 생산시설의 자동화 등 기술력 제고가 필요하나 기업들은 발주물량에 대한 불투명성이 높은 여건으로 인해 선투자에 부담을 갖고 있다.

 

모듈러 사업에 대한 건폐율 및 용적률 등 건축기준 완화와 모듈러 관련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통해 모듈러 사업의 추진과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모듈러 등 OSC는 건설기술인력의 고령화뿐만 아니라 청년 유입 감소나 생산성 침체 등 우리 건설산업의 당면 여건의 변화에 대응하고 스마트 기술 적용의 플랫폼으로의 발전가능성이 높아 우리 건설산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의 하나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의 3기신도시 모듈러 주택 적용 확대와 최근 모듈러 주택 활성화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 발의 등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발주물량 공급이나 일부 요소기술 개발만으로는 산업차원의 전환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모듈러 건설의 생태계가 조성돼 건설 생산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내고 산업의 혁신을 달성할 수 있기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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