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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안전사고 예방 제도강화 만으론 안 된다

전병수 본지 논설위원

전병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7/13 [11:11]

[칼럼]안전사고 예방 제도강화 만으론 안 된다

전병수 본지 논설위원

전병수 논설위원 | 입력 : 2021/07/13 [11:11]

▲ 전병수 본지 객원기자  © 국토매일

[국토매일=전병수 본지 논설위원] 광주광역시 학동 재개발 건축물 철거현장에서 지난달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진행 중인 경찰의 수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해체계획이 부실하고 계획서대로 해체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과다한 살수로 인한 지반 약화, 현장관리감독 부재도 사고 발생에 한몫했다. 다양한 요인들이 얽히고 설켜서 사고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불법 브로커 개입, 공무원과의 유착 등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광주 건축물 붕괴사고와 같은 건설안전 사고들이 발생하면 제도적 규제가 강화된다. 각급 유관기관에서는 이런저런 종합대책이란 것들도 추진한다. 지난해 서울 잠원동 해체공사 붕괴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건축물 관리법’이 대표적 사례이다. 신고만으로도 가능했던 건축물 해체공사를 해체 계획서를 첨부해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법은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광주 건축물 해체공사 도중 발생한 붕괴 사고를 계기로 연내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골자는 발주-설계-시공-감리까지의 과정에서 모든 주체들에게 안전 책무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건설 현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범위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직제를 개정해 산하에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신설하고 이달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건설현장의 사고를 전담하는 조직이 들어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본부는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총괄한다. 관련 정책과 기준을 마련하고 안전사고에 대한 감독기능은 물론 수사기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토안전관리원도 종합대책 수립을 추진 중이다. 제도를 강화해 건축물 해체공사와 관련된 안전사고를 예방한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해체계획서 작성에서 멸실 신고에 이르는 건축물 해체의 전 과정을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제도는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제도가 강화될수록 건설현장의 안전이 확보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제도개선 또는 규제 강화만으로 현장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까. 법 제도 강화와 처벌 강화 등 규제 일변도의 제도 개선만이 능사일까. 제도 강화로 현장의 안전이 강화되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나왔던 제도들은 현장의 안전을 지키고도 남았을 것이다.

 

정부가 제도 개선을 한다는데 대해 시비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기왕에 제도를 개선하려면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없던 법을 새로 만들거나 있는 법에 이런저런 조항을 덧댄다면 실질적으로 건설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현장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겠다면 보다 현장에 근접한, 현장이 납득하고 움직일 수 있는 그런 방안을 내놔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조물 해체공사의 전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해체공사 시장의 메커니즘을 분석해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침투해 있지 않은지 들여다봐야 한다. 행여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권이 개입했다든지 부정청탁이 있었는지 등을 찾아내야 한다. 부조리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조리들이 공사과정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있지 않은지 보자는 얘기다.

 

우선 공사 발주 때 안전비용이 충분히 주어졌는지를 봐야 한다. 수주자는 안전비용을 계획대로 집행했는지, 이 과정에서 불법 하도급은 없었는지, 이권을 노린 외부세력의 개입은 없었는지, 담당자는 안전계획서를 제대로 세우고 이행했는지, 감리는 규정대로 이뤄졌는지 등 살펴봐야 할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건설공사는 야외에서 이뤄진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 현장마다 상황이 다르다. 특히 해체공사의 경우 돌발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많고 위험도도 그만큼 높다. 현장 근로자는 갑자기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비해 그만큼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높다.

 

제도 개선 만으로는 사고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 특히 구조물 해체공사와 같이 위험성이 높은 공종에 대해 현장과 괴리된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현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 현장의 안전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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