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도시철도차량 납품지연 배상…억울한 제작사코로나19로 인한 납품지연…“무리하게 증빙서류 요구했다”조명받지 못한 철도차량 산업계…“지원책 시급”
※ 본 기사는 철도경제신문(2021.5.17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토매일=박재민 철도경제 기자] 철도차량 교체주기가 찾아오면서 운영사들의 전동차 도입사업이 지속되는 가운데, 철도 차량 제작사에게 때 아닌 대목이 찾아왔다.
특히 올해 도시철도와 고속·간선철도 전동차 발주 예상금액이 1조 원 이상을 넘어가면서 국내 철도시장에서 큰 화두가 됐다.
이에 반해 일각에서 외산부품 사용 및 납품지연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제작사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 납품기일 연장 요청…발주처 ‘묵묵부답’
지난 12일 최준석 의원(국민의힘 경기 포천ㆍ가평)은 “각 철도운영사의 전동차 구매사업 과정에서 제작업체의 장기간 납품지연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철도안전에 위험이 생기고 운영효율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최 의원 주장의 골자는 ‘무리한 수주’와 ‘최저가 입찰로 인한 저가 해외부품 사용’이다.
먼저 최 의원은 서울교통공사(이하 교통공사)로부터 받은 ‘2ㆍ3호선, 5ㆍ7호선 구매사업’ 현황 자료를 인용하면서 각각 수주를 받은 두 업체의 연간 생산량(CAPA)이 A업체 144칸, B업체 200칸 규모지만 A업체의 경우 2년 동안 총 721칸의 물량을, B업체의 경우 총 952칸의 물량을 수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통공사가 전동차 구매사업에서 각각 수주를 받은 두 업체의 연간 생산량(CAPA) 및 기술력 등 종합적인 차량 제작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였음에도 두 업체와 계약을 진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구매 당시부터 납기 지연이 예상된 계약이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주장은 사실일까?
모 업체로부터 받은 ‘8년 간(2017-2024) 생산량에 따른 공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생산 부하율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약 30%정도 여유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최근 운영사의 전동차 발주량이 늘어나 공장이 바쁜 것은 사실이지만 생산 능력 부족하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차량 제작사 측에서도 이미 각 기관에서 신조차량 발주 당시 생산설비 부하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을 우려, 발주처에게 납품기한을 더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각 운영사는 보통 차량제작 관련 입찰공고를 게시하기 전, ‘사전규격’을 공개하면서 입찰자들의 의견을 받는다.
당시 몇몇 제작사들은 발주처에게 납품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발주처들은 제작사의 의견을 거부했다. 결국 제작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납품기한을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 공급받기 어려운 국산부품…문제는 ‘단가’
최 의원 측이 제공한 ‘외산 부품수급 지연 현황’ 자료에 따르면 다수의 부품을 중국에서 생산·공급받는다. 차량 부품에 중국산이 많다 보니 최 의원은 단순히 ‘저가 외산제품’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하지만 제작사에선 한 마디로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중국은 이미 고속철도와 자기부상열차를 제작하는 등 철도 선진국으로 가고 있고 부품 품질도 대단히 좋은 편이다”며 “이미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같은 검사기관에서 성능과 품질을 만족해 시험에 통과한 제품들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의 철도시장 규모는 세계 1위다. 독일 컨실팅 기관 SCI Verkeh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철도차량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중차(CRRC)다. 중국이 전세계 철도에서 거대시장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외산제품 사용에 대해서 A씨는 “어떤 부품은 국내 생산업체가 없기도 하고 있더라도 외국보다 생산규모의 차이가 있어 단가가 안 맞아 공급받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예컨대 이미 지상신호장치가 외산제품으로 구성돼있어 이를 호환하기 위해서는 차상신호장치도 같은 외산제품을 사용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소외받은 철도차량 산업계…지원책 無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거나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제작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이 코로나19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중국 내 부품 제작사 공장들이 일부 폐쇄되거나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발주처들은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 채 제작사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결국 제작사들은 발주처에게 코로나19로 인한 계약이행 영향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서기도 했다.
A씨는 “일부 발주처에게 차량 납품이 지연되는 사유를 입증시키기 위해 온갖 증빙서류를 만들어 제출한 바 있다”며 “이를 위해 코로나19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지 대사관에 찾아가 직접 입증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납품지연이 발생할 경우 발주처는 제작사에게 ‘지체상금’을 부과한다. 보통 하루마다 발주금액의 0.03%에서 0.05%를 부과하는데 시간이 늘어날수록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B씨는 “발주처에서 납품지연과 관련한 회의를 개최한 적이 있지만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못했다”며 “이러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제작사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사들이 원하는 것은 ‘지체상금 면제’와 ‘정부의 지원’이다.
A씨는 “제작사의 책임으로 납품기일을 지키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지금은 코로나19 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다”며 “지속적으로 지체상금을 부과하는 행위는 제작사에게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전했다.
정부의 지원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갔다. 코로나19로 타 산업체는 각 부서에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국내 철도차량 부품 산업계는 조명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B씨는 “발주량이 늘어나면서 철도차량 산업계가 오랜만에 웃음꽃이 필 줄 알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제작사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이 울상이다”며 “중소기업이 많은 부품업계 특성을 파악해서 정부가 지원방안을 세우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국토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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