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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기술사법 개정 놓고 업계 반발, 산업 발전 저해 우려

기술사 안전 책무 및 권한 등 자격증 놓고 이권다툼으로 전개

최한민 기자 | 기사입력 2021/04/21 [00:06]

[심층] 기술사법 개정 놓고 업계 반발, 산업 발전 저해 우려

기술사 안전 책무 및 권한 등 자격증 놓고 이권다툼으로 전개

최한민 기자 | 입력 : 2021/04/21 [00:06]

▲ 지난해 12월 경기도 평택시 물류센터 현장에서 데크를 지지해주는 구조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해 사망 3명 등 다섯 명의 사상자를 낳았다(사진=국토교통부).  © 국토매일


[국토매일=최한민 기자] 기술자격계의 사법시험이라고 불리는 기술사 자격증을 소지한 기술사의 책무와 권한 문제는 수차례 기술사법 개정 필요성을 야기할 만큼 업계의 해묵은 숙제다.

 

지난 19일 엔지니어링업계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아 기술사법 개정안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기술사법 개정 논의에 대한 갈등이 재점화됐다.

 

기술사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업계의 철회 요구 등으로 발의된 법안이 좌초된 것만 지난 10여 년간 5차례 였다.

 

업계 의견을 반영한 대안 모색 등 완충장치를 두기도 했으나 지속되는 업역 다툼에 자칫 산업 전반의 침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술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기술사 직무 중 설계에 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류와 규모에 해당하는 공공사업 발주시 책임기술자로서 기술사를 반드시 참여토록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술사가 발주된 설계도서에 최종 서명ㆍ날인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영식 의원은 “현행법상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공공발주하는 경우 기술사를 우선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임의규정에 불과하다”며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대형화재나 건물붕괴 등 공공시설물에 대한 안전 책무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상황에서 국가 전문자격을 갖춘 기술사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사법 개정안은 지난 18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매 임기 때마다 발의됐던 법안으로 2008년부터 2012년, 2015년, 2018년 등 업계의 극심한 반발로 모두 폐기됐다.

 

특히 지난 2018년 이상민 의원이 발의해 추진했던 개정안은 한국엔지니어링협회를 포함한 10개의 협 단체의 맹렬한 반대로 철회됐다.

 

▲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들이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아 기술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기술인의 연명으로 마련한 탄원서를 제출했다(사진=한국엔지니어링협회).  © 국토매일


엔지니어링업계는 현재 산업 내부 기술사 자격을 갖춘 기술자가 충분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기술사가 안전 등 책임소지 전반을 책임지는 것은 사업자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9년 말 기준으로 엔지니어링업계 기술자 수는 총 14만 6740명으로 이 중 기술사는 8595명, 5.8%에 그친다.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안전 확보 문제는 기술사의 업무수행으로 인해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고 적정대가 지급을 통한 품질 향상과 철저한 사업관리를 통해 능력을 갖춘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상 특급기술자와 역량지수 등 실정에 맞는 기술자의 업무 역할과 범위를 규정한 현행 제도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급기술자와 역량지수는 경력과 학력을 역량으로 평가해 국가가 소정의 검정을 통해 발급하는 기술사 자격과 대등한 등급을 부여하는 인정기술자제도로 지난 2014년 도입됐다.

 

반면 기술사들은 그동안 개정법 발의 과정 간에 인정기술자제도 등 완충장치를 뒀으나 이로 인한 폐해가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기술사회 관계자는 “인정기술자제도 등이 도입된 지난 2014년 전후로 가술사 응시인원이 50% 가까이 감소했지만 특급기술자 수는 30% 가까이 증가했다”며 “전문직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경력과 학력 조건만 충족되면 기술사와 동등한 직위를 부여하는데 어느 누가 애써서 기술사 시험을 치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엔지니어링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1% 미만의 점유율을 보이는 등 국제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기술사제도의 선진화를 위해 기술사 직무는 기술사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사법을 주관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시설물의 품질 향상과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국가 최고 기술자격자인 기술사에게 책임기술자로서 명확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기술사들에 힘을 보탰다.

 

한편 엔지니어링업계를 대변하는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도 시일 내 기술사법 개정 저지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 발전을 위한 유능한 인재 발굴을 위해 머리를 모아야 할 기술자들이 자격증을 놓고 엔지니어링업계의 이해집단이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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