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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능인의 날’에 쏘아올린 ‘희망’

심규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국토자원경제 | 기사입력 2010/12/23 [15:53]

‘건설기능인의 날’에 쏘아올린 ‘희망’

심규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국토자원경제 | 입력 : 2010/12/23 [15:53]
지난 11월 22일이 ‘건설기능인의 날’로 제정되었다. 당일엔 헌장을 발표하고 건설기능인에게 포상을 실시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건설기능인이란 현장에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국가가 늘 소외받던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 공로를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어느 기능인의 말대로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나 해야겠다.

 오랜 세월 건설기능인에게 희망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시기가 계속되었다. 40년 동안 일한 기능인이 근로경력은 물론이고 자신이 근로자라는 신분조차 입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비정규직이라 기업의 관심 밖에 놓여 있으니 가진 것이라고는 이른바 ‘오야지’에게서 받은 임금봉투와 일한 날에 동그라미 표시하고 공수를 적어 넣은 큰 글씨 달력밖에 없었다. 이것으로는 공식적인 신분을 인정을 받지 못하니 모든 공식제도로부터 소외되었다.

 이들의 희망 찾기는 ‘신분과 경력 찾기’에서 시작되었다. 기댈 곳은 기업이 아닌 정부였다. 하지만 정부도 건설현장의 복잡한 다단계 구조와 모호한 고용관계는 기피 대상이었고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건설기능인의 고용상태를 관리해야 할 제도가 없으니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희망의 첫 번째 계기는 1995년 고용보험제도의 도입이었다. 이전까지 소극적이기만 하던 정부도 이 제도가 건설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피보험자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초기에는 일용근로자를 실업급여사업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시켜 놓고 별도의 제도를 모색하기도 했다. 결국 오랜 논의 끝에 효과적인 피보험자관리 방법(근로내역신고서, 건설고용보험카드 등)을 개발해내었고 일용근로자도 포함시키는 정공법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2009년 현재 약 167만 명의 건설기능인이 피보험자로 관리되고 있으며 연간 14만여 명이 실업급여의 혜택을 받고 있다. 고용보험은 최초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발시킨 제도라는 의의를 지니고, 실업급여 수급 이외에 신분과 경력의 입증 가능성이라는 희망을 주었다.

 두 번째 계기는 1998년에 도입된 건설근로자퇴직공제제도이다.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은 동일한 사업장에서 1년이 넘게 근무해야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건설기능인은 이동이 잦아 거의 퇴직금 혜택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여 자신이 일한 날수를 합산하여 252일이 넘을 경우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2010년 6월 현재 약 338만 명의 건설기능인이 피공제자로 관리되고 있으며 약 11만 명이 퇴직공제금을 받았다. 신분과 경력을 입증할 수 있는 근무이력확인서도 발급하고 있다. 이것은 건설기능인의 잦은 현장 이동을 감안한 최초의 공식제도라는 의의를 지닌다. 비정규근로자에게 적합한 복지제도의 가능성과 노후대책의 마련 그리고 근로경력 증빙이라는 희망을 준 것이다.

 세 번째 계기는 2008년의 시공참여자제도 폐지이다. 이 제도는 부실시공 억제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다단계 하도급구조의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실공사비가 누수되고 도급단계 말단에서 일하는 기능인의 고용관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폐해가 불거져 약 5년간의 논의를 거쳐 폐지하였다. 2010년 설문조사 결과 팀ㆍ반장을 거치지 않고 건설업체에서 직접 임금을 지불하는 비율이 68%로 나타나 보다 개선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제도의 폐지는 고용관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제반 공식제도에 대한 수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다.

 네 번째 계기는 2009년에 추진되어 2010년에 결실을 맺은 건설고용포럼의 창립과 건설기능인의 교육훈련ㆍ취업지원ㆍ근로복지 등을 총괄할 전담조직을 지정한 것이다. 이것은 관련 분야의 근로자단체ㆍ기능장협회ㆍ사용자단체ㆍ고용부ㆍ국토부ㆍ교육부ㆍ훈련기관ㆍ취업지원기관ㆍ근로복지기관ㆍ연구기관 등을 망라한 논의기구와 집행기구를 마련한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이것은 한 당사자의 문제제기를 다른 당사자가 풀어줄 수 있으며 여기에서 제안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준다.

 이제 다섯 번째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꼭두새벽 집을 나서 위험천만한 현장에서 묵묵히 이 나라를 건설해온 기능인의 사회적 위상을 제대로 평가하려는 것이다. 전시성 행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고양되는 사회적 관심을 현장의 근로실태 개선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우리의 아들딸이 기능인으로서의 멋진 삶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건설기능인의 날’ 제정이 진정한 전문기능인으로 거듭나는 희망을 일구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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