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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걱정되는 이유

박찬호 기자 | 기사입력 2020/09/22 [10:07]

[기자수첩]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걱정되는 이유

박찬호 기자 | 입력 : 2020/09/22 [10:07]

▲ 박찬호 기자     ©국토매일

[국토매일=박찬호 기자] 커다란 돌담에 가려진 채 방치된 '금싸라기 땅'.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 얘기다. 이 땅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요지 중의 요지이지만, 금싸라기 땅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리만큼 제값에 팔지 못하는 처지다.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의 소위 '갑질'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서울시가 부지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가 공익적인 목적을 내세우며 공원화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대한항공은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의 반대로 호텔 건립이 무산된 데다가 매각 계획까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는 강제 환수 계획까지 밝히며 송현동 부지를 문화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10년 전 행정소송에 이어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신청하는 등 법적 소송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질긴 악연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에게 경복궁 옆 1만1,103평에 달하는 송현동 부지를 2,900억원에 산 뒤였다. 일명 금싸라기 땅인 송현동 부지는 당시 삼성생명이 복합 문화시설 설립을 목표로 국방부에게 사들이며 첫 민영화가 됐지만, 10년 동안 개발규제에 부딪혀 결국 매물로 나왔다.


대한항공은 송현동에 지하 4층~지상 4층 150실 규모의 7성급 한옥호텔을 짓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토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주변 반경 200m 이내에 풍문여고와 덕성여고 등 학교시설이 있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는 관광숙박시설을 지을 수 없다는 학교보건법 조항 때문에 허가가 나지 않았고, 대한항공은 2010년 서울중부교육청에 금지시설 해제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까지 항소해 다툰 끝에 결국 패소했다. 법원에 제기했던 학교보건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 당했다. 당시 건축허가권자인 종로구청은 이 곳이 국가 상징거리인 만큼 모든 시민이 함께 누리는 문화관광 시설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 같은 의사를 서울시 문화관광본부장 등 관계자와 서울시장에게도 수차례 전달하며 뜻을 모았다.


대한항공은 호텔 건립을 보류했고,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아끼던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반대는 더욱 거세졌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천명하고,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했다. 아울러 제3자가 인수해 개발할 경우 용도변경을 불허하겠다는 의지를 밝힘과 동시에 강제 환수 계획까지 세웠다.  


송현동 부지의 공시지가는 추후 개발 가능성 등을 포함해 시장에서 거론되는 금액은 6,000억~7,000억원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제시한 보상은 4670억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국가 기간산업의 근간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특히 항공업은 국가신용도와도 연계되는 중요한 산업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추락하는 항공 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서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이 같은 행보는 정부 정책과 엇박자다. 서울시민의 공익도 중요하지만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 산업의 존폐도 그 무게가 덜하지 않다.


벼랑 끝에 몰린 대한항공은 최대한 비싼 가격을 제시하는 인수자에게 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원태 한진 회장은 ‘헐값’에 파느니 매각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와 정부가 힘을 보태 송현동 부지의 문화공원 조성을 추진한다면 대한항공이 소신을 지켜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걱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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