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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고] 철도산업 안전과 시스템엔지니어링

김성호 /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협회 회장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20/04/21 [14:52]

[특집기고] 철도산업 안전과 시스템엔지니어링

김성호 /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협회 회장

장병극 기자 | 입력 : 2020/04/21 [14:52]

처벌위주의 접근법, 안전 보장 못해...조직에 의한 위험도 최소화 필요

 

▲ 김성호 /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협회 회장     © 국토매일

[김성호 /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협회] 철도는 역, 운전, 전기, 신호 등 20여개 각 독립된 물적, 개념적 요소가 철도 안전운행이라는 공동의 목표을 위해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된 집합체 즉, 철도시스템이다. 

 

시스템의 안전에 언제 구멍이 발생하는가를 ‘스위스 치즈 모델’을 이용해 재치 있게 설명한 제임스 리즌 교수는 그의 책 ‘조직에 의한 사고의 리스크를 관리하라’라는 책에서 1988년 12월 영국 런던의 글램햅 정션을 운행하던 통근열차에서 발생한 추돌사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날 통근열차의 기관차는 마지막 순간까지 같은 선로에 서 있는 열차도, 빨간색 정지 신호도 보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파란색 운행 신호만이 들어왔을 뿐이었다. 

 

조사결과, 전날 배선작업을 했던 정비원이 피복을 벗겨낸 신호선에 테이프를 두르지 않고 단지 벌려만 놓아 발생한 사고였다. 벗겨진 전선은 옆에 있는 장비에 닿았고 파란색 운행신호가 들어왔던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사고는 국내에서도 여러 건 발생했다. 대표적인 예가 열차 탈선사고다. 이 사고는 선로전환기의 노후 케이블 교체작업 시 고정 너트가 탈락된 상태로 작업이 마무리 된 것으로부터 촉발되었다. 

 

이후 이상을 발견한 관제사의 수리지시가 있었으나 현장에 투입된 작업자는 진로표시 회로를 점퍼선을 임의로 직결시켜 결국 선로전환기 불일치 장애가 일어났고 이는 탈선사고로 이어졌다.

 

이렇듯 사고는 개인에 의한 것 보다는 집단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미국 에너지성(DOE)에서 발표한 원자력발전소가 불시정지 건수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정지건수 중 80%가 인간의 실수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의 실수를 분석해 보면, 개인의 실수에 의한 것은 30%에 불과한 반면, 조직의 취약점으로 인한 오류가 70%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반면 국내 통계는 인적 오류에 의한 정지가 20% 미만이고 나머지는 전부 부품이나 장비의 오류로 분류되었다. 

 

미국과 한국의 통계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의 문화와 누누이 지적된 온정과 제 식구 감싸기에 의한 결과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감성적 접근보다는 논리적인 냉철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료의 실수를 적당히 눈 감고 넘어가는 온정주의나, 인적오류로 판명되면 기어이 옷을 벗기고야 마는 처벌 위주의 접근법으로는 철도로 포함한 산업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위의 통계가 우리에게 전달한 시사점은 안전성을 최고의 단계로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직에 의한 위험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해야 하는 가라는 질문이 나오면 해결책을 제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간 종사자의 안전 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유사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매뉴얼이 이미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철도 종사자에 대한 안전교육은 가장 낮은 수준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노력일 뿐이고, 매뉴얼이 만들어졌다 해도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의 인적실수나 기계적 결함이 초래하는 중대한 사고는 쉽게 예측하거나 대책을 수립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철도 운영과 정비, 그리고 관리에 대한 프로세스적인 개선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영국의 글램햅 정션 사고나 국내 탈선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수십 년 간 관행적으로 이어져왔던 일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프로세스 개선이 궁극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DOE의 통계가 말해주고 있듯이 인적 실수 역시 결국 조직의 취약성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철도 사업에 대한 조직의 전략과 설계 철학을 공유하고 이의 가치와 성과에 대한 기대치를 전 구성원이 공유하는 노력이 추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스위스 치즈 모델’은 다단계로 이루어진 안전방호 시스템도 이를 조직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각 계층에 내재된 결함이 다음 계층의 결함으로 이어져 결국 시스템의 안전성이 파괴되는 현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 것이다. 

 

내부에 여러 개의 구멍이 나 있는 스위스 치즈의 각 단면은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 결코 100% 안전하지는 않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므로 모든 시스템은 심층방어의 개념을 적용하여 여러 단계의 서로 다른 안전설비를 부착한다, 하지만 어떤 심층방어 조합에서는 각 단계의 결함 구멍이 하나로 정렬되는 경우가 있다. 

 

사고는 결함이 정렬되는 이런 지점에서 주로 발생한다. 조직단위의 안전성이 중요한 이유는 조직이란 각 단계의 결함이 일치하지 않게 제어하는 역할을 해기 때문이다. 승객 안전을 위해 지하철 플랫폼 설계를 하고, 스크린 도어를 설치한다고 해도, 신호조작기 케이블에 절연 테이프를 붙이는 기초적인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열차 추돌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인명과 재산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그렇다면 프로세스와 조직 단위의 안전성 향상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나는 ‘시스템엔지니어링’의 내재를 통해 이러한 잘못된 관행과 조직적 결함이 원천적으로 제거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시스템엔지니어링’은 한 개인이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또한 모든 시스템의 운영, 정비, 관리와 개발이 ‘체계적’이고도 ‘객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장한다. 

 

조직의 일하는 방법을 바꾸는 것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철도의 건설, 운영 등 전 과정에 대하여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은 예측 가능하고, 관리 가능하며, 예방이 가능하다는 믿음과, 종사자의 개별 행동은 조직의 프로세스와 가치에 영향을 받는다는 인식, 그리고 사람들은 주로 리더, 동료 및 부하 직원으로부터 받은 따뜻한 격려를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이룬다는 인식이 전체 구성원에게 확산될 때, 사고 없는 안전한 철도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그 중심에 ‘시스템엔지니어링’이 있다.


원본 기사 보기:철도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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