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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철도공단, 간이형종심제...특정실적 제한 반발

분당선 개량발주, 동일업종 아닌 동일실적 적용 "입찰 가능 업체 극소수"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20/04/03 [14:58]

[심층] 철도공단, 간이형종심제...특정실적 제한 반발

분당선 개량발주, 동일업종 아닌 동일실적 적용 "입찰 가능 업체 극소수"

장병극 기자 | 입력 : 2020/04/03 [14:58]

[국토매일-장병극 기자] 철도공단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간이형 공사 종합심사 낙찰제(이하 간이형 종심제)'가 도리어 중소기업 입찰 참여를 막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발주한 분당선 개량사업처럼 시공실적을 동일실적으로만 제한하는 간이형 종심제를 적용할 경우 5개 남짓한 소수 기업만 수주받을 수 있어 특혜의혹까지 제기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가 공고한 종합심사낙찰제 세부심사기준 개정 목적에서는 "입찰참가자격제한 규정을 완하해 입찰과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참여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함이라고 분명히 명시했다.

 

철도공단도 지난해 11월 첫 시범사업으로 277억원 규모의 동두천∼연천 복선전철 연천역 외 3동 건축공사를 포함해 2개 사업을 발주했다. 지난달 4일(수)에는 100억 이상 300억 미만 중소규모 공사에도 간이형 종심제를 본격 적용한다고 밝혔다. 

 

철도공단은 기재부가 밝힌 개정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저가 입찰을 방지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게도 입찰 참여 기회를 넓히고자 기술자 평가를 기존 5~7명에서 1명으로 대폭 줄이고 경력 기준은 6년에서 3년으로, 참여기업 신용평가 기준도 BB-로 완화했다.

 

언뜻 보기엔 간이형 종심제 시행으로 중소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업계 측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업종실적이 아닌 동일실적으로 이전과 달리 세분화되면서 도리어 입찰 자체가 가능한 기업이 손꼽힐 정도라는 것이다.

 

철도공단이 지난달 16일(월)부터 발주한 분당선 전력·전차선·신호설비 개량공사에 대한 입찰공고를 살펴보면 각 사업별로 '동일실적' 적용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간이형 종심제 적용을 받는 '선릉-모란간 신호설비 개량 기타공사'의 경우 동일실적 적용 기준 및 규모를 "최근 10년간 선로전환기 1대 이상 공사 실적"으로 제한했다. 이렇게 되면 D사, S사 등 극소수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모란-수내간 전력설비 개량 공사'도 마찬가지이다. 동일실적 기준을 "최근 10년 간 동일공사(배전선로공사)로 평가하되 "지중케이블 3상 1회선 긍장 1km 이상 실적"으로 못박아 놓은 상태이다.  

 

▲ 간이형 종심제 대상인 분당선 전력·전차선·신호설비 개량공사 발주건들이 업종실적이 아닌 '동일실적'을 적용하면서 관련 중소기업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철도공단 사옥 전경.  © 국토매일

 

간이형 종심제 시행 이전에는 전력·전차선·신호설비 등의 사업에 동일업종(전기공사업) 관련 기업들이 모두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막상 간이형 종심제를 적용하는 발주사업의 뚜껑을 열어보니 '동일실적'으로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동일실적 적용 기준은 제한하면서 시공실적심사를 산정하는 동일공사 규모의 금액마저 1배수로 제한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많은 지분을 보유했던 5개 정도의 특정 업체만 유리한 꼴이 된다. 세분화된 동일실적은 물론이거니와 '최근 10년간 1배수'로 완화된 금액 기준까지 모두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술자 평가 기준까지 낮추면서 현행 간이형 종심제 규정 상 기술자를 보유하지 않고 있던 대형사들도 입찰 참여 후에 기술자를 채용한다면 자격 요건에 위배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간이형 종심제가 오히려 빗장을 걸어 잠그고 중소기업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A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발주된 사업과 같은 경우에도 예전같으면 전기공사 관련 '업종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실적심사 시 금액도 3배수로 평가했다"며 "중소기업들도 그 기준에 맞게 수년동안 전력, 전차선, 신호 등 전기공사 업종 전반에서 실적을 쌓고 전문 기술자를 채용하면서 입찰을 준비했는데 간이형 종심제가 적용되면서 그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업체 관계자도 "현행 간이형 종심제는 업계 생태계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며 "예전에는 100~300억 규모의 사업은 예가만 맞추면 수주 가능성이 높았는데 지금은 '균형가'를 맞추어야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입찰 경쟁에서 더욱 불리해진다"고 하소연했다.

 

C업체 관계자는 "한마디로 동일업종이 아닌 동일실적으로 제한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고 강조했다. "그 실적들을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특정 분야 시공실적을 사업금액의 1배수만큼이라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되겠냐"며 "실적 또는 기술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간이형 종심제의 원래 시행 취지가 퇴색되어버린 셈"이라고 꼬집었다.

 

신용평가기준을 BB-로 낮춘 것도 현재 철도관련 중소기업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모양새다. 업계측은 기업이 어느정도 매출만 되면 그 정도 기준은 충분히 받을 수 있고 그 이하이면 사실상 공사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철도공단 계약처 관계자는 "공단의 간이형 종심제 세부심사기준에 따르면 업종실적 혹은 동일실적 2가지 중 한가지를 선택해 발주토록 규정하고 있다"며 "공단에서 발주하는 간이형 종심제 대상 사업 모두가 동일실적으로 제한을 두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분당선 전력·전차선·신호설비 개량사업을 관할하는 공단 시설본부 시스템개량TF처 관계자는 "해당 노선의 경우 신설노선이 아닌 운행선이기 때문에 안전사고 발생 등 위험부담 요소를 최소화하고 시공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업종실적이 아닌 동일실적으로 세분화해 발주를 진행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간이형 종심제 시행으로 기술자 평가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기술력과 전문성을 변별하기가 어려워 구체적인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오는 7일(화)경에 전기공사업협회·전기철도협회·철도신호기술협회 등과 간담회를 마련하고 최적의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본 기사 보기:철도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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