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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철도안전②] 작업자용 철도 안전설비 구축, 선택이 아닌 필수

예산 집행 과정에서 후 순위로 밀려...기술 있어도 현실은 ‘구색 맞추기용’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20/02/10 [17:20]

[기획-철도안전②] 작업자용 철도 안전설비 구축, 선택이 아닌 필수

예산 집행 과정에서 후 순위로 밀려...기술 있어도 현실은 ‘구색 맞추기용’

장병극 기자 | 입력 : 2020/02/10 [17:20]

[국토매일-장병극 기자] 상당수의 선로가 150km/h 이상으로 고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철도 건설 현장뿐만 아니라 작업자가 시설 유지·보수 현장에 투입될 때 요구되는 고도의 안전성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철도안전법과 철도시설공단(이하 철도공단)에서 마련한 관련 규격에 의하면 선로와 시설물 등에는 기본적인 안전시설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작업 현장의 안전시설을 구축함에 있어 예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고, 설계 당시 검토된 내용들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녹록치 않다. 일각에서는 안전관련 설비에 대한 중요성과 인식의 부족이 예산 책정까지 영향을 미쳐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선로 고속화 대응, 작업자용 안전 시설물 더욱 부각돼

 

기존선에 대한 대폭적인 개량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해 수도권·부산·대구에서 광역전철 신설 사업도 순항 중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간선형 준고속열차(EMU-250)가 시험 운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젤전기기관차와는 달리 최근에 운행되고 있는 차량의 상당수는 동력집중식 혹은 동력분산식 전기차량을 투입하고 있다. 차량 성능이 향상되고 장대레일 등으로 선로를 개량하면서 차량 운행 간 소음이 적고 안정성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현장 작업자에게는 뜻하지 않은 위험 요소를 안기게 된다. 차량 운행 시 발생하는 소음이 줄어들면서 작업자가 차량 접근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더군다나 차량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비상 시 제동거리는 더욱 길어지기 때문에 작업자의 대피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역설적으로 사상사고의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모순을 안게 되는 것이다.

 

▲ 한국철도-철도공단은 지난해 12월 17일 '철도발전협력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교량, 터널 등 시설물의 수량은 증가하는데, 안전설비 설치 기준이 명확치 않아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고려해 ‘철도설계지침 및 편람’ 개정을 위한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사진:한국철도)  © 국토매일

 

한국철도(코레일) 등 운영기관에서는 작업자의 사상 사고를 줄이기 위해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첨단기술과 접목시킨 다양한 유지·보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제적인 보수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작업이 필요한 구간에 한해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작업 효율성도 높이고 있다. 작업자의 불필요한 현장 투입을 최소화해 리스크 요인을 낮추는 것도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이다.

 

하지만 철도 시설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현장 작업자의 투입이 불가피하다. 결국 터널·교량 등 작업자의 대피가 어려워 사상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작업자가 시설물을 유지·관리하는 과정에서 차량 접근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사상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더욱 줄일 수 있다. 

 

◆ 구색맞추기식 작업자용 안전 시설물, 제 기능 발휘 못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작업자용 안전설비를 구축함에 있어 충분한 성능을 보장할 수 있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설비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당초 철도 노선을 개량 혹은 신설하는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안전 설비를 구축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되어야 하고, 안전설비 구축의 필요성에도 공감해야 하는데 결국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작업자용 안전설비가 가지고 있는 기능 중 최소한의 것만 반영한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업계에 종사하는 A씨는 “최초 설계 시 작업자용 안전설비 도입을 고려하게 되는데, 발주처에서는 결과적으로 현장맞춤형 제품을 요구하게 된다”며, “현장 맞춤형 제품이라는 것이 제 기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갖추어지면 좋지만 사실상 주어진 예산에 맞춰 여러 가지 기능을 뺀 구색 맞추기용 제품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작업자용 안전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B씨는 “발주처에서는 최대한 필요한 곳에만 예산을 집행해 공사가 진행하는 것을 원하고, 그것이 발주 담당자의 공적에 유리하기 때문에 공사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면 예산을 삭감하게 된다”며, “기술 개발을 통해 첨단 기술과 결합시킨 우수한 성능을 갖춘 제품을 만들었더라도, 이를 하나의 옵션처럼 인식해 결국 최소한의 기능만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서 적합성을 검토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과정에서 작업자용 안전을 높일 수 있는 제품 구매와 적용은 예산 반영 순위에서 뒤로 밀려나 적정 수준의 제품을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 현장 작업자가 비상 상황 시 대피가 어려운 터널, 교량 등 안전취약개소에는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작업작용 안전시설이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국토매일

 

◆ 공공발주보다 도급발주는 더 심각해

 

그나마 공공발주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안전 관련 제품의 성능과 사용 적합성 등을 고려하지만 도급발주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도급발주의 경우 원도급자도 손실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공사비 총액에서 안전 관련 제품의 구매 순위가 공공발주에 비해 더욱 밀려나고 예산 책정 규모도 더욱 작아지기 마련이다. 결국 실제 작업 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성능을 갖추지 못한 설비가 설치되면서 최악의 경우 사고 발생 시 안전설비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철도 신호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C씨는 “도급발주에서 작업자용 안전 제품을 납품할 때 주어진 예산에 맞게 해당 제품을 설계해 납품하다 보면 단가를 맞추기가 힘들 때도 있다”며 “결국 국내에서 생산하는 안전설비를 적정가격에 맞게 구매를 해주어야 제품 생산 업체도 이익을 발생시켜 우수한 인력을 보강하고, 기술 개발에도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안전관련 제품의 중요성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소연했다.

 

그는 “사실 국내에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중·소규모인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대한 개발·설계비용과 추후 유지·보수 비용까지도 반영되어야 하는데 제품 원가를 기준으로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는 꿈도 꾸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철도사고 관련 전문가 D씨는 “과거에 비해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건설현장 혹은 유지·보수 작업자를 위한 안전 설비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발주처에서 적극적으로 해당 설비에 대한 투자 의지가 부족하다”며, “장기적인 구매 계획도 수립해 현장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주무부처 및 발주처 담당자들도 자주 교체되고, 내부 규정에 의한 일관된 구매 체계가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보니, 그 때마다 요구사항이 바뀌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업계의 입장에서는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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