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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표지판 팔아 임대료 챙긴 서울교통공사

디지털종합안내도, 실상은 ‘광고시설’ 구축 사업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20/01/16 [12:51]

안내표지판 팔아 임대료 챙긴 서울교통공사

디지털종합안내도, 실상은 ‘광고시설’ 구축 사업

장병극 기자 | 입력 : 2020/01/16 [12:51]

[국토매일-장병극 기자] 서울교통공사(이하 교통공사)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스마트 커넥티드 메트로(SCM)’ 전략의 허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SCM 전략의 일환으로 1~4호선 90개 역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디지털종합안내도’ 구축사업이 고객 편의를 무시하고 수익 창출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교통공사 자체 재정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수주 기업이 투자비 회수를 위해서라도 광고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라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교통공사가 기본적인 공공시설물조차 돈벌이로 활용하는 교통공사의 행정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주객전도된 ‘디지털종합안내도’…안내보다 광고에 초점 맞춰야 생존 가능한 구조적 문제

 

민간투자방식으로 진행된 ‘디지털종합안내지도’ 구축사업에는 장비 설치 및 전기 등 부대시설 공사비를 포함해 약 250억 원이 투입됐다. 계약에 따라 모든 비용은 지난 2017년 말 공개입찰로 본 사업을 수주한 싸인텔레콤이 부담한다.

 

임대 기간은 2026년 5월까지다. 임대 기간 동안 싸인텔레콤이 교통공사에 지급해야 할 임대료는 약 148억 원. 즉, 싸인텔레콤은 본 사업비로 총 400억 원 규모의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싸인텔레콤은 해당 시설물 및 표기 관리와 광고 사업권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싸인텔레콤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광고를 유치해야 사업비를 회수할 수밖에 없다. 공공재로서 역할을 해야 할 안내도가 상업적 용도로 활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애당초 본 사업은 교통공사가 일종의 광고대행 사업으로 발주해 시행됐다. 결국 ‘디지털종합안내도’가 안내라는 본래 목적을 다 하지 못하게 된 책임이 교통공사에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교통공사는 ‘디지털종합안내지도’ 구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인쇄형식의 안내도를 개선하고, 터치스크린 등을 활용해 공공정보 소통형 서비스매체를 구축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공사 관계자는 “디지털종합안내도는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 진화한 매체”라며 “GIS시스템과 결합해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인근 상권과 연계해 역 주변 상권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상생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디지털종합안내도’를 통해 위치서비스를 기반으로 전자지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고, 특히 ‘역사 주변 사업주 표기 서비스’ 등을 통해 홍보수단이 부족했던 지하철역 주변 사업주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종합안내도가 고객에게 주변 지역을 제대로 안내하는 목적으로 설치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안내도가 목적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긴 힘들다. 나아가 기존 인쇄 형식의 ‘종합안내도’를 개선한 ‘디지털종합안내도’의 상업적 사용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 종로3가역에 설치된 '디지털종합안내도' 롤-링방식으로 출구표기를 하고 있어 한 눈에 확인하기 어렵다.  관련 규정에 따라 상업시설의 경우 표기료를 납부해야만 노출이 가능하다.     © 국토매일

 

◆ ‘디지털종합안내도’가 기타광고물에 해당?

 

‘종합안내도’는 역사 내 승강장·대합실 구조 등이 표기되어 있으며, 이용자가 최적 동선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출구표기 및 역 주변 시설물 안내 등이 핵심 역할이다. 열차 행선지 표시 등과 함께 가장 중요한 지하철 안내표지시설로 꼽힌다.

 

종합안내도는 ‘안내’라는 주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따라서 수익사업에 활용되더라도 ‘안내’라는 최우선 기능이 방해되면 안 된다.

 

공사 규정도 이를 인정한다. 공사의 ‘안내표지운영예규’ 등에 따르면 “안내 표지는 잘 보이지 아니하거나 색상이 혼동되는 등 안내표지 기능의 장애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각종 법령에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홍보 및 부착물에 우선하며 광고 유치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내도에 광고를 넣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공사 관계자는 “디지털종합안내도는 구내 안내표기 광고물, O2O 등 IT기술을 융합한 광고물 등에 속한 기타광고물”이라고 답했다. 즉, 안내라는 기능을 배제한 채 꼼수를 쓴 셈이다. 사실상 ‘종합안내도’를 상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 셈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종합안내도’에 표출되는 일반 영상광고뿐만 아니라 출구에 표기되는 상업시설명과 역 주변 지도 내에 박스형식으로 표출되는 상업시설 위치 정보 서비스도 관련 내규에 따라 허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지하철 이용객의 불만은 속출하고 있다. 평소 종로3가역을 자주 이용하는 A씨(65)는 “디지털 안내지도가 나이 든 사람이 이용하기에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교체 전에는 안내도에 나와 있는 지도를 보고 찾아가기도 하고 출구표시가 고정돼 있어 주변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광고가 나타나 산만하다”고 지적했다.

 

비단 장년층뿐만 아니라 청년 역시 새로운 디지털종합안내도가 불편하다고 말한다. 명동역에서 만난 B씨(29)는 “출구 방향 및 번호 표기가 명확해야 하고, 역 주변 랜드마크 건물들이 안내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불편하다”고 밝혔다.

 

지역 랜드마크가 노출되지 않는 이유 역시 안내도를 광고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사 안내규정에 따르면 지역 랜드 마크나 이용도가 높은 중심건물이라 할지라도 ‘상업시설’이라면 ‘표기료’를 납부해야 노출시킨다고 돼 있다.

 

▲ 기존 인쇄방식 안내도와는 달리 '디지털종합안내도'의 주변지역안내도는 박스형식으로 인근 상업시설 광고를 노출시켜 지도를 가린다.     © 국토매일

 

◆ 밑질 것 없는 교통공사, 임대료 챙기면 그만

 

공사 입장에서는 ‘디지털종합안내도’ 사업은 밑질 것 없는 소위 ‘돈 되는 사업’이다. 자체 재정 투입 없이 민간에 위탁해 임대료 수입만 올리는 구조이기 때문. 때문에 사업자가 자생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교통공사가 수익사업에 급급한 나머지 SCM 전략 추진이라는 명분 아래 가장 기본적인 공공시설물인 종합안내도를 사실상 민간에 팔았다며 비판하고 있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에 종사 후 퇴직한 C씨는 “현재 디지털종합안내도는 터치식 지도, 출구표기, 영상광고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방식이 인쇄방식에 비해 안내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백억에 달하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광고를 표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 같은 사실은 공사에서도 인지할만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역사 내 ‘종합안내도’는 공공성이 강한 기본적인 안내 시설임에도 공사가 이를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봐야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교통공사 측은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점진적으로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면 이용객의 편의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역 주변 상권이나 지도 등 표기에 있어 기존 아날로그 방식은 한계가 있었고, 빠른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개선된 디지털종합안내도는 급변하는 지리정보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 개선 작업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각에서 공사 내규에 따라 공공시설과 상업시설을 분류해, 출구표기에 해당 시설물을 표출 혹은 제외시키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물론 이용객의 편의를 고려하겠지만 규모가 크거나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민간 정보를 무상으로 표출하면 형평성에 어긋나고 시장의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통공사가 추진한 ‘디지털종합안내도’ 구축 사업이 미숙함을 드러내며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공공성이라는 본래 목적이 상실된 채 상업성에 치우친 ‘디지털종합안내도’가 SCM 전략의 핵심 가치인 이용객 편의성 향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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