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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기고] 부정적 전망을 긍정으로 바꾸는 방법

이상호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국토매일 | 기사입력 2020/01/07 [13:37]

[신년특집기고] 부정적 전망을 긍정으로 바꾸는 방법

이상호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국토매일 | 입력 : 2020/01/07 [13:37]

▲ 이상호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국토매일

[국토매일] 연구기관에 몸담고 있다 보니 새해가 되면 전망을 해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중요한 건 질문을 주는 사람 모두 각자의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다들 저마다의 평가 기준을 두고, 여기에 자기의 바람을 더해 내년을 전망한다.

 

투자를 계획하거나 이미 한 사람은 긍정적인 전망을, 반대로 구조조정과 같은 긴축경영을 계획하는 사업주는 부정적인 전망을 기대한다. 그렇다 보니 100점짜리 전망이란 있을 수가 없다. 아무리 국내외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여러 객관적 지표를 근거로 전망을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전망은 틀릴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올해 경제전망을 살펴보면 대체로 어둡다. 특히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수정 전망을 발표할 때마다 더 떨어지고 있다. 전망이 언제나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실제로도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나 사회현상에도 ‘자기실현적 예언’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실현적 예언이란 스스로 생각하고 예언한 것이 실제로 현실화되는 것을 말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과 같다. 만약 내년에 경기침체 상황이 온다고 모든 경제주체가 믿는다고 생각해보라. 모두가 투자를 미루고 신규채용을 줄이면서 구조조정을 서두를 것이며, 그 결과 실제로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


강남 불패, 서울 불패, 부동산 불패와 같은 믿음도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에 해당한다. 서울 집값이 비싸도 장기적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살 수 있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가해도 앞으로 공급 부족 때문에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믿는 사람이 많다면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계속 오를 수 있다. 이번 정권 들어 18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서울 집값이 오른 것도 이 같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작동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자기실현적 예언은 집값 상승기에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하락기에도 작동한다. 2008년 4월 이후 서울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던 4년 반 동안이 그런 시기였다. 인구감소, 공급과잉을 비롯한 이런저런 이유로 집값이 떨어지는데도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으면 실제로 집값은 더 하락하게 된다.


그렇다면 전망이 필요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전망이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이나 민간의 투자 및 경영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전망을 기본으로 정책을 기획하고 각 분야 예산을 배정한다. 따라서 잘못된 경제전망에 기초한 정책이나 전략은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어떻게 전망하느냐에 따라 대응책도 정반대로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에 전망은 사실에 기초해서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하지만 자기실현적 예언에 휘둘리는 한 불확실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어렵다.

 


전망의 필요성을 느끼고, 한계를 인정한다면 다음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에 달렸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래 전망이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대응책을 수립하는 것이 전략의 일환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GBN)의 창립자인 피터 슈워츠 등이 주장하는 ‘시나리오 기획’이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서 시나리오란 미래에 있을 법한 현실 세계의 결정적인 요소들이 잘 짜인 스토리를 의미한다.

 

시나리오 기획은 단 한 개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사전에 충분한 도상 연습을 통해 유사한 상황에 부닥치면 유연하게 대응하고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 경기 전망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그 다음은 대응력을 생각하게 된다. 정확한 미래 전망을 포기하는 대신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적응력과 대응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적응력과 대응력을 높이려면 우선 지금 사회에 깔린 부정적 전망을 긍정으로 바꾸는 계기가 필요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투자’를 강조한 것은 고무적이다. 경제정책 기조가 변화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SOC 예산이 정부안 대비 0.9조원 증액된 23.2조원으로 확정된 건 불황 위기에 놓인 건설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는 세출 예산 427.1조원의 71.4%(305조원)를 상반기에 배정하기로 했는데 여기엔 경기 활성화와 관련이 큰 SOC가 중점 분야로 포함됐다. 건설산업이 올해 경기 부양의 중책을 맡게 됐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투자와 함께 필요한 걸 꼽자면 규제개혁이다. 건설 경기 전망이 부정적인 데에는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지나친 규제의 영향이 크다. 규제개혁의 핵심은 규제 완화와 폐지에 있다. 물론 품질·안전·노동·환경 분야와 같이 꼭 규제가 필요한 영역은 더 나은 규제, 더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어느 누구도 규제개혁을 규제 양산과 강화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규제 상황은 규제 샌드박스 도입과 같은 규제 회피 조치도 일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규제 양산과 강화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규제개혁을 외쳐왔지만 아직까지도 그 성과는 너무나 미미하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나 열거주의를 포괄주의 규제방식으로 바꾸는 등 획기적인 규제개혁 추진은 지속되어야 한다. 인센티브 제공도 병행돼야 한다. 대표적 혁신국가로 손꼽히는 싱가포르는 건설산업에서도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해서 지원하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인센티브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미래가 불확실해도 적응력과 대응력이 있다면 그 어떤 전망일지라도 긍정적 현실이 될 수 있다. 인센티브는 이를 위한 훌륭한 계기로 작용한다.


지금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현재를 연장한 미래 전망이 완벽히 맞아떨어질 수 없다. 정부의 희망 사항이나 정책 목표를 전망이라고 할 수도 없다. 지금은 경제 주체들이 경기 전망보다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준비가 더 필요해 보인다. 전망을 묻고, 듣고 싶은 답을 기다리기보다는 부정적 경제전망에 기초한 자기실현적 예언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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