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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SF만의 리얼리즘, 향가 '찬기파랑가'와 접목하다...장편 <기파>

우리 사회 소수자와 하층민의 삶 SF에 투영...한국과학문학상 심사위원 만장일치 수상작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19/11/26 [16:12]

[신간] SF만의 리얼리즘, 향가 '찬기파랑가'와 접목하다...장편 <기파>

우리 사회 소수자와 하층민의 삶 SF에 투영...한국과학문학상 심사위원 만장일치 수상작

장병극 기자 | 입력 : 2019/11/26 [16:12]

[국토매일] 한국과학문학상은 한국 SF의 미래를 이끌어 갈 역량 있는 신예 작가를 매년 배출해왔다. 지난해 김초엽이라는 걸출한 SF 작가를 발굴한 데 이어, 올해는 커다란 잠재력을 가진 SF 작가를 선보였다. 2018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수상자 박해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의 장편 SF <기파>는 5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압축적이고, 개성적이며, 독보적인 소설"이라는 찬사와 함께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되었다.

 

특히, 심사를 맡은 소설가 김보영, 김창규로부터 "글은 기술이 아닌 인격으로 쓴다는 걸 보여준 따뜻한 작품", "어느 하나 빠진 것 없는 균형의 결정체"라는 평을 이끌어냈다.

 

향가 '찬기파랑가'와 SF를 접목한 작품인 <기파>는 신라 시대 화랑으로 널리 알려진 '기파'가 해독자에 따라 의사로도, 심지어는 승려로도 해독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추리 형식의 미스터리 SF다.

 

작품 배경은 사이보그와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근미래로, 예기치 못한 운석 충돌로 난파된 우주크루즈 안에서 벌어지는 추격극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인명을 구한 영웅 '기파'를 구출하려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에서 도망치는 기파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난파 사고의 진상과 영웅의 실체가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낸다.

 

 

심사평에 언급된 것처럼, 그의 작품은 반전의 구성이 뛰어난 오락소설이면서, 동시에 인간성과 비인간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진지한 사고실험이기도 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 구성은 오락적 재미만 주는 것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반전 요소는 우리가 맹신하고 있던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며, 나아가 무엇이 진정 선이고 악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선과 악, 정의와 부정의, 인간성과 비인간성에 대한 뜨겁고 진한 고민이 <기파>에 담겨 있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의 이야기엔 읽는 사람마저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 마련이다. 박해울의 소설은 그런 힘을 품고 있다.

 

신예작가가 한국 고전문학과 SF를 접목한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기파>는 6년간 정교하게 다듬어진 현실을 비추는 SF세계관이 담겨 있다. 우리 사회 소수자와 하층민인 ‘투명인간’들을 포착하는 SF만의 독특한 리얼리즘, <기파>의 실험적 SF서사에 빠져드는 것은 어떨까?

 

/ 허블. 224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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